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트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축 연구인력이 1998년 설립한 기업이다. 2000년 초반 FTTH(광가입자망) 시장이 태동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하지만 2016년 말 주인이 바뀌면서 하락세를 걷는다. 오 모 전 대표와 다수의 FI가 인수한 뒤 채산성이 악화되고 감사인 의견거절까지 받으면서 지난해 3월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M&A'가 이슈로 떠올랐다.라이트론은 올해 초 재차 새 주인을 맞았다. 대산주택홀딩스(현 라이트론홀딩스)다. 인수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홀딩스의 최대주주 정 모 대표가 지분과 관련한 보호예수확약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갔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인물이 박찬희 현 라이트론 이사회 의장이다. 2대주주였던 박 의장은 정 전 대표가 대오에서 이탈하는 와중에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이후 라이트론은 박 의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난맥상을 수습하고 있다. 초점은 내년 4월 거래재개 심사에 맞춰져 있다.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건전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포부다. 우선 홀딩스는 잇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렸다. 더불어 이사회 중심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하면서 박 의장의 장악력을 강화했다.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삼성전자, 이노피아테크 출신 이병주 대표를 선임해 영업을 맡겼다.
재무구조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자산재평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늘리고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 발행한 뒤 매입해 둔 80억원 분량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재매각하면서 '메자닌 청소'도 단행했다. 오버행(대량출회)에 따른 대주주 지분희석의 위험성이 있지만 박 의장 주도로 우호적인 FI를 선별, 분산 매각해 경영권 위협의 소지를 줄였다.
그 결과 부채비율이 23.51%로 낮아지고 당좌비율과 유보율은 각각 224.23%, 444.69%으로 상승했다. 거래재개의 포석은 깔렸다는 평가다. 남은 과제는 실적이다. 라이트론은 지난해 경영권이 혼란한 와중에도 5G 투자 확대로 최대 매출액(112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공급망이 약화되면서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희망적인 것은 하반기 주요 고객사 발주가 재개되면서 내년 초 공급선이 복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맞춰 설비 및 R&D 투자도 재개됐다.
박 의장 역시 라이트론을 거쳐가는 FI가 될 지는 보호예수 확약이 종료된 이후 판가름 난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어진 회생절차를 지켜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까닭이다. 박 의장 주도의 분투가 라이트론을 광통신 모듈 명가로 '복권' 시킬 수 있을지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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