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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화이자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12-21 08:28:53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1일 08: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12월 14일은 세계사에 길이 남게 된 날이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미시간 공장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어 경찰 호위하에 미국 전역에 배송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은 이날을 2차대전 승전일이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일에 비교했다.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고 인류의 생활을 바꾼 코로나를 퇴치하는 첫걸음이자 ‘끝의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독일 비온텍(BioNTtech)과 공동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다. 비온텍은 2008년에 설립되어 2019년 10월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약 1300명이 일한다. mRNA 항암제 개발회사인 비온텍은 2019년에 빌게이츠재단과 HIV/TB 연구개발협약을 맺은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주소가 독일 마인츠시 ‘금노다지광산 12번지’(An der Goldgrube 12)다.

이제 170년이 넘는 역사의 화이자는 뉴욕에서 1849년에 정제 화학약품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뿌리는 독일계다. 독일 루드빅스부르크 출신 찰스 화이자(1824~1906)와 사촌 찰스 에어하트가 찰스의 부친으로부터 2500달러를 빌려서 공동 창업했다. 1891년에 에어하트가 사망하고 동업계약에 따라 화이자가 그 지분을 자산가격의 50%에 인수했다. 화이자는 1900년에 회사를 법인화할 때까지 51년간 회사를 경영했는데 법인화 후에는 장남 찰스 화이자 2세가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장남은 문제가 많았던지 1905년에 회사에서 축출되었고 그 후 전 재산을 경마에서 탕진했다. 22세의 3남 에밀 화이자가 승계했다. 1941년 에밀 화이자의 사망을 끝으로 회사의 가족경영은 막을 내린다.

1941년 이래 화이자는 전문경영인체제다. 역대 CEO들 중 이안 리드가 가장 흥미롭다. CEO인 동시에 120만 주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1978년에 회계담당으로 입사해서 2010년에 CEO가 되었다. 2019년에 현 CEO 그리스인 앨버트 불라가 승계했다. 수의사 출신인 불라는 코로나 백신을 가장 먼저 성공시킨 경영자로 기록되게 되었다. 정작 본인은 백신 접종을 바로 하지 않았는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엄격한 순서 규칙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 제조사의 CEO가 접종하는 것은 백신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의견에 따라 정부와 협의한 후 접종했다.

화이자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구연산 제조로 1880년대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36년에 아스코르브산(비타민C) 제조에 성공해서 기반을 잡았고 1944년에는 페니실린의 대량제조에 성공해 세계 최대의 페니실린제조사가 되었다. 1950년에 테라마이신을 발견, 연구 중심의 제약회사로 변신했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가 화이자의 베스트셀러다. 비아그라보다 더 큰 제품이다. 2011년에 특허가 만료되기 전 리피토의 연 매출은 50억 달러였다.

화이자는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은 M&A를 수행한 회사이기도 하다. 1999년에 워너-램버트를 1118억 달러에 적대적으로 인수했다. 워너-램버트가 위트(2002년까지 AHP)와 합병하려고 해서다. 이 딜은 아직까지 제약산업 최대의 M&A다. 워너-램버트는 1856년에 필라델피아에서 약국으로 출발했던 기업인데 태블릿 코팅 기술을 발명했다. 2002년에는 파마시아를 600억 달러에 인수했고 2009년에는 위트를 680억 달러에 인수했다. 파마시아는 그 자체 업존 같은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성장했던 회사다.

화이자는 시도했다가 무산된 딜의 액수로도 최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4년에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아스트라 제네카를 1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실패했고 2016년에는 보톡스 제조회사로 잘 알려진 엘러간을 160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딜이 무산되었다. 아스트라 제네카는 1999년에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의 제네카가 합병해서 생긴 회사다. 제네카는 ICI의 일부였다. 화이자가 인수했다면 영국 역사상 최대의 외국기업에 의한 영국기업 인수가 되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화이자의 인수에 반대했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는 25년이 걸렸고 독감 백신도 12년이 걸렸다. 코로나 백신은 단 11개월 만에 개발되었다. 원래 백신은 부가가치가 낮아 대규모 투자가 여의치 않은 약품이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그를 가능하게 했고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따랐다. 화이자 경영진의 추진력과 연구진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매출액 기준 글로벌 1위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인류의 첨단 생명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회사로 역사에 다시 자리매김했다. 화이자 파트너 비온텍은 주소대로 금노다지 회사가 될 수도 있겠다. 과학은 언제나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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