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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부재' 삼성생명, 여전한 과제 '보험업법 대응책' 전문위원·재판부 "향후 승계작업 대비 미비" 지적, 승계당사자 '공석' 속 해법 고민

이은솔 기자공개 2021-01-19 13:11:0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8일 19: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생명은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문제를 오너 없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름 아닌 보험업법 개정안의 대응책 마련 문제다.

삼성생명과 그룹은 아직까지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컨트롤타워나 방향성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초범이고 피해액을 복구했다는 내용은 인정했으나 준법위를 구성했다는 점은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지 않으면서 재구속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당면한 과제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보유자산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게 골자다. 보험사는 특수관계인의 발행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시가 기준 총자산의 13% 내외인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경영권 승계 문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오너 이슈가 없다면 삼성생명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가 기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 생명 내 수조원의 현금이 유입돼 배당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소식에 삼성생명의 주가가 급등하고 애널리스트들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생명에 '위기'로 언급되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법이 개정되면 오너 일가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던 구조가 깨진다. 시장에 풀리는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직접 인수하기 어려워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그룹에는 아직까지 보험업법 개정안을 해결한 컨트롤타워와 명확한 방향성이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문심리위원은 이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 역시 향후 위험에 대한 예방과 감시 활동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준법위를 이 부회장의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이 공개한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특검, 재판부, 삼성 측이 각각 추천한 3명의 위원단은 11월 중순 삼성생명의 이상희 준법감시인, 김진만 준법감시인, 서기원 준법감시파트장을 면담했다. 이날 위원단은 보험업법 개정 등 향후 ‘승계작업’ 관련 이슈에 대한 준법 의지를 점검했다.

특검은 보험업법 개정 등 향후 ‘승계작업’ 관련 이슈에 대한 준법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고 심리위원들은 장래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준법감시위원회나 준법지원인의 역할이 정해져있는지, 입법 문제 대두 시 불법 청탁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를 삼성생명과 준법감시위원회 측에 질의했다.

삼성생명에서는 보험업법 개정 관련한 대비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달했다. 삼성생명 측은 보험업법 관련 준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 역할은 삼성생명이 아닌 준법위 측에서 해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재판부 측 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보고서에서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처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삼성생명 준법감시인은 면담조사 과정에서 그 필요성을 공감하였으나, 관계사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은 준법감시위원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에서 배턴을 넘겨받은 준법위에도 보험업법 관련 사전 대비는 없었다. 준법위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에 이 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3개 핵심계열사는 BCG에 지배구조 관련 컨설팅을 맡긴 상태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는 준법위 평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강 위원은 "관계사들 사이에 TF가 구성되고 BCG에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위와 같은 미비점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나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구속을 결정하면서 준법위를 양형 사항에 고려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 하는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참작을 불허한 이유를 밝혔다. 이는 강 위원이 보고서에서 밝힌 준법위 실효성에 대한 지적과 일치한다.

결국 삼성생명은 오너 없이 오너의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현재까지 생명 측에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대비책과 준법감시 강화 방안 등이 부재하다는 점은 심리위원 면담과 재판부 판단을 통해 밝혀졌다. 삼성생명에서 심리위원 측에 답변했듯이 이는 삼성생명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앞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가야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가 공석이 되면서 일부 부담을 겪게 됐다. 삼성은 당초 올해 상반기 나올 BCG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상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개정 등을 반영해 하반기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 부회장은 재구속으로 1년 이상 수감될 것으로 보이면서 보험업법 개정안 대응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다소 더디게 진행될 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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