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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승진 누락' 대교 2세, '승계시계' 멈췄다 '강호준·강호철' 상무 지분상속 제자리, '웅진·교원' 경쟁사는 '후계 체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1-01-20 08:14:49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교육기업들의 2세 승계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교그룹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교원그룹과 웅진그룹이 창업주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을 떼고 2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과 달리 대교는 여전히 강영중 회장의 확고한 리더십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대교 정기 임원인사에서 2세들은 승진이 누락되면서 승계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지분승계 역시 갈 길이 멀다. 강 회장이 핵심계열사인 ㈜대교의 주식을 잇따라 매수하면서 2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과 아내 김민선 씨 슬하에는 두 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모두 대교그룹에서 근무하는 주요 임원이다. 장남 강호준 최고전략책임자(상무)와 차남 강호철 최고재무책임자(상무)다. 각각 대교그룹의 전략과 자금줄을 쥐고 있다.

형제가 대교그룹의 후계구도에 이름을 올린 건 10년 전부터다. 형제소유의 비상장 법인인 크리스탈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우던 상황에서 ㈜대교와 대교홀딩스 지분을 형제가 매입하면서 '승계'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승계절차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한창 덩치를 키우던 크리스탈원은 대부분 사업을 모두 대교그룹에 넘긴 채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형제들의 주식 매입도 몇차례 더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멈춘 상태다. 2020년 9월 말 기준 대교그룹의 지주사인 대교홀딩스의 주주내역을 보면 형제가 보유한 지분은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0.1%에 불과하다. 강 회장이 82%로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크리스탈원이 보유한 주식수는 391주에 불과하다.


지분승계 뿐 아니라 누가 강 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형제 모두 같은 상무직급으로 역할 비중에 큰 차이가 없다. 2013년 상무에 올라 각각 해외 사업과 재무를 맡게 된 지 7년이 흘렀는데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형제는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무 위에 전무·부사장·사장 등 직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계를 위해 올라가야 할 단계가 아직 꽤 많이 남았다.

경영 전면에는 여전히 강 회장과 그의 측근인 박수완 부사장이 있다. 강 회장은 7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하는 것은 물론 각종 행사 및 현장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인 웅진그룹, 교원그룹 등과 다른 행보다. 웅진그룹의 경우 윤석금 회장이 경영에서 사실상 물러나며 2세인 윤새봄 놀이의발견 대표에게 상당부분 전권을 넘긴 상태다.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교원그룹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장평순 회장이 건재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기는 하지만 2세인 장동하 교원크리에이티브 대표 중심의 신사업이 추진되면서 서서히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분승계 측면에서도 웅진그룹은 지난해 윤 대표가 지주사인 ㈜웅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마무리 됐다. 교원그룹은 아직 핵심계열사의 승계가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장 회장 소유 관계사를 분할하고 2세인 장 대표가 거느린 계열사를 키우는 등 승계 포석을 놓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교그룹의 승계는 갈길이 멀다. 경영승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지분승계 역시 준비되지 않았다. 형제들이 지분 매입에 전혀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다 강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교 지분을 잇따라 매집하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주식쇼핑이 지난해에도 거의 매주 이어지면서 강 회장은 ㈜대교 지분율을 8.4%까지 끌어올렸다. 지분증여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매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대교홀딩스에 이어 ㈜대교 지분까지 넘겨받아야 할 2세 입장에선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후계구도에 대한 정리가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강 회장은 공개적으로 '성과없인 승계도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승계 후보자인 강호준·강호철 형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승진이 미뤄지고 있다.

특히 장남 강호준 상무가 맡고 있는 해외 사업 부진이 극심하다. 1990년대부터 추진한 해외 사업 정상화를 지난 10년간 이끌었지만 부실만 더 커졌다. 10여곳의 해외 자회사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해외 사업에서 기록한 누적 순손실만 212억원에 달한다. 강호준 상무가 막 부임한 초창기인 2010년 해외 사업에서 기록한 순손실이 25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지난해부터 일부 해외 자회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CFO를 맡고 있는 강호철 상무의 성과도 미진하다. 교육사업 특성상 풍부한 현금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키 위해 자체 운용팀을 따로 두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대교그룹의 승계시계가 장기간 멈추면서 교육환경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웅진그룹과 교원그룹의 경우 오너 2세를 앞세워 에듀테크 및 플랫폼 비즈니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놀이의발견이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회원 기반 키즈 플랫폼 사업에 강드라이브 걸고 있다. 교원그룹은 유아 및 학생 맞춤 이커머스인 마켓85를 론칭한 데 이어 여행기업 KRT 인수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대교그룹은 오프라인 기반 플랫폼에 집중했던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최근들어 에듀테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경쟁사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안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평가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작년 10월께 임원인사에서 2세 상무들은 승진하지 못했다"며 "승계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특별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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