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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길목' 삼양그룹, 공동경영 균형 유지할까 회장단 '육촌경영 후계 승계' 과업, 분산 지배력 유지 분기점

전효점 기자공개 2021-01-26 07:40:47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상하 명예회장의 별세로 2세 형제경영을 이끌던 두 축이 사라진 가운데 3세 사촌경영을 중심으로 안착한 삼양그룹 지배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삼양그룹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김량 삼양사 부회장,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정 삼양패키징 부회장 등 사촌 관계에 있는 4명이 이끌고 있다.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은 창업주 김연수 명예회장의 3남인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은 이번에 작고한 5남 김상하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 같은 그룹 지배체제가 형성된 배경은 독특하다. 창업주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던 3남 고 김상홍 명예회장은 1996년 아들이 아닌 동생 김상하 명예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김상하 명예회장 역시 8년 뒤인 2004년 아들을 제치고 조카인 김윤 당시 사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김상하 명예회장 재임 당시 '1집안 1인 경영참여' 원칙도 깨졌다. 경영에 재능이 있지만 창업주 집안이라며 등용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에 합의가 이뤄졌다. 2001년을 기점으로 김상홍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량 부회장과 김상하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정 부회장이 경영에 합류했다. 사촌 경영의 균형은 2004년 김윤 회장이 총수직을 물려받은 후에도 상호 견제로 이어지지 않고 유지됐다.

창업주 3대로 세대교체 과정에서 삼양홀딩스는 나름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았다.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윤 회장이 그룹 총수 역할을 맡으면서 경영을 통솔하고 김상하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원 부회장이 삼양홀딩스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

작년 3분기 기준 삼양홀딩스의 주주 명부를 보면 김상하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의 지분이 각각 5.81%, 5.28%로 사촌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의 지분을 4.82%와 3.8%를 합한 것보다 많다.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은 경영에서, 김상하 명예회장의 아들은 지배구조에서 각각 우위를 지닌 셈이다. 현재까지 이 구도는 유지돼왔다.

2010년 김상홍 명예회장 작고 당시 주식은 아들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 등에게 상속됐다. 당시 지분 상속 등으로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의 지분이 늘면서 김원 부회장, 김정 부회장 형제와 간극이 좁혀졌다. 하지만 2016년 김상하 명예회장이 보유 주식을 아들과 손주들에게 대거 증여하면서 다시 지분 격차가 벌어졌다.

이달 별세한 김상하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삼양홀딩스 지분 1%가량은 부인 박상례 씨와 두 아들인 김원 부회장·김정 부회장에게 상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균형이 당분간은 이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촌 형제에게 분배된 지배력은 언제든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 김유주 씨 일가와 김영주 씨 일가의 삼양홀딩스 지분을 모두 합하면 19.06%로, 김상하 명예회장의 두 아들 일가 지분을 모두 합한 17.51%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김상하 명예회장의 작고한 외동딸 김영란 씨 남편 송하철 모나미 부회장 일가 지분은 2.16%지만 모나미 경영에 뜻을 두며 홀딩스 지분을 줄여가고 있다.

시장은 삼양그룹 수뇌부 균형이 4대 승계 과정에서 지속될 지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지배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되지 않은 지배구조는 세대가 바뀌면서 결속력이 약해진다. 반면 삼양그룹이 여느 기업 집단보다 평화로운 족벌경영을 이어온 역사를 볼때 4대에 들어서도 공동경영 체제가 평화롭게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삼양홀딩스 4세 가운데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인물은 김윤 회장의 장남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가 유일하다. 김량 부회장의 장남 김태호 씨는 1988년생으로 아직 입사 전이다. 김원 부회장은 아들이 없고, 김정 부회장의 두 아들 김주형·김주성 씨는 각각 1997년, 2000년생으로 나이가 어리다.

삼양홀딩스 사촌경영 체제의 평화를 지지해온 김상홍·김상하 명예회장의 존재가 사라지면서 공은 오롯이 3대 회장단에게 넘어간 상태다. 회장단은 1953년생~1960년생으로 올해를 기점으로 모두 60대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오너 4대째에서 김건호 상무만이 유력한 후계자로 떠오른 가운데 회장단 동의가 순탄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들이 없거나 나이가 어린 김원 부회장과 김정 부회장의 의사가 중요하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최대주주와 총수가 일치하지 않는 지배구조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삼양그룹만의 문화"라며 "지배주주 일가간 주식 소유와 후계구도 정립은 내부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외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형태로 번지지 않을지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김상하 명예회장이 작고한 시기에 후대 승계 문제를 논하기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면서 "4명의 회장단은 각각 핵심 계열사를 나눠서 담당하고 있지만 경영 전반의 굵직한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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