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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심사중단 금융사 '뾰족한 수 없네' 제도 개선안 '시계제로', 사업자 제휴시 고객정보 내주고 사용료도 지불

이장준 기자공개 2021-01-29 07:41:15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이 본격화되면서 통과 여부에 따라 금융사 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대주주 적격성에 걸려 허가심사 보류 결정이 난 금융사는 여전히 손발이 묶여 대안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그 시점을 기약하기 어렵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풀어내려니 고객 정보는 다 내주면서 사용료도 지불하는 '을'의 입장을 벗어날 수도 없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2차 정례회의를 열고 28개 업체에 대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줬다.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규 진입을 원하는 기업에 대해 3월부터 예비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는 기업과 기관에 흩어진 신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확인, 직접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금융거래 정보를 한곳에 모아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사는 물론 핀테크, 빅테크(대형 ICT사) 업체들이 미래 먹거리로 보고 일제히 신청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금융위원회 국민은행 등 28개사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 보도자료(21.01.27)
마이데이터 사업 역량과 무관하게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이 잡힌 금융사는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경남은행, 삼성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핀크 등 6개사에 대한 마이데이터 허가심사를 보류했다. 신청사의 대주주에 대한 소송 등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제외되며, 보류를 결정한 사유가 해소되면 허가심사가 재개된다.

이후 두 달여 시간이 흘렀으나 변한 건 없었다. 기존 사업자 가운데 본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마이데이터를 영위할 수 없어 이들 회사는 모두 관련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이달 중 중단할 예정이다.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 초에는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이 나서 심사중단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심사중단제도는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인 경우 인·허가 및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가리킨다. 판단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에도 '금융업 인허가 심사중단제도의 시장 친화적 개선'이 담겼다. 업권별 특수성 등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 개선안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마이데이터 심사를 재개하지만 본허가를 내줄지는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개선안 도입 시점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금융사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할 전망이다.

계열사 4곳 모두 발목 잡혀 타격이 컸던 하나금융은 오픈뱅킹을 강화하는 등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련 사업을 영위할 예정이다. 당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역량을 키워 추후 기회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경남은행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BNK금융지주, 부산·경남은행, BNK캐피탈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대응 TF를 꾸렸다. 뱅크샐러드, 쿠콘, 보맵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제휴 및 업무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우선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제재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요양병원 입원 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에 중징계 '기관경고' 처분을 결정하고 금융위에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건의했다. 아직 금융위 의결을 거치지 않아 제재가 확정되지 않아 당장은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다만 최근 웰컴금융그룹 측과 △웰컴금융그룹 제휴카드 출시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협업 △빅데이터 협업마케팅을 이어나가겠다고 업무 제휴를 맺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카드가 웰컴저축은행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없지만 추후 제휴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업권 내 마이데이터 사업자와는 경쟁 관계에 놓여 제휴를 맺기 어렵고 계약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구조인 탓이다. 심사가 중단된 업체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모든 고객정보를 제공하면서 사용료도 내야 할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의 취지가 혁신성장, 공정 경쟁인데 사업 역량과 상관없이 '부모'에 따라 차별화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며 "대주주 적격성 탓에 이들 업체를 인수할 수도 없어 심사 중단된 금융사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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