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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갈등의 씨앗 '형제경영' 유산 박인천 창업주, 4형제 지분율 균등 분배…형제 이어 숙질 분쟁 도화선

조은아 기자공개 2021-01-29 08:26:41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8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일종의 반기를 든 배경에는 지분율 싸움에서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지분율은 6.7%,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의 지분율은 7.2%다. 주요주주 3명의 지분율이 큰 차이 없이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눈에 띄는 최대주주 없이 금호석화 지분이 골고루 분포된 배경에는 금호그룹의 형제경영이 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아들 5명 가운데 경영에 참여한 건 4명이다. 장남 박성용 명예회장, 차남 박정구 전 회장, 삼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4남 박찬구 회장이다. 4형제는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10여개의 조항으로 된 그룹 공동경영 합의문을 작성했다. 1조에는 ‘4가계가 금호그룹에 4분의 1씩 균등 출자해 공동으로 경영한다’는 원칙이 명시됐다.

박인천 창업주는 네 아들에게 금호그룹의 양대 축이었던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주식을 똑같이 나눠준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는 회장도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박성용 전 회장이 2대 회장에 올랐고 1996년 박정구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2002년에는 삼남 박삼구 전 회장이 4대 회장에 올랐다. 다음 후계자는 4남 박찬구 회장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순조로웠다. 경영권 승계를 두고 형제끼리 지분 경쟁을 벌이는 다른 기업과 달리 금호그룹에는 전혀 잡음이 없었다. 지분율도 꾸준히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실제 사업보고서상 확인이 가능한 2001년부터 지분율을 살펴보면 4형제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박성용 전 회장 3.11%(보통주 기준), 박정구 전 회장 3.11%, 박삼구 전 회장 3.06%, 박찬구 회장 3.06%로 거의 같다.

2002년에는 지분율에 변화가 생겼다. 박정구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 박철완 상무에게 지분을 상속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는 박철완 상무의 지분율도 사업보고서에 등장하는데 당시 박 상무의 지분율은 5.77%로 이미 숙부들을 모두 제치고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다.

2004년부터는 지분율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 시기 금호 2~3세들은 꾸준히 지분을 사들이며 지분율을 높였다. 박 상무의 지분율도 8.94%까지 높아진다.

2005년에는 박성용 전 회장의 사망으로 그의 장남 박재영씨에게 지분 상속이 이뤄진다. 박씨는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상속받은 지분을 더해 지분율이 10.1%로 훌쩍 뛴다. 같은 기간 박 상무 역시 1년 동안 꾸준히 지분을 매입한 결과 10.1%로 높아진다.

2009년에는 박찬구 회장 부자가 본격적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박 상무의 지분율이 11.96%까지 높아지면서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했지만 박찬구 부자의 합산 지분율이 박 상무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당시 부자가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석화 지분을 매입하면서 계열 분리를 위한 신호탄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해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당시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결국 박인천 회장이 지분 정리를 하지 않고 지분을 똑같이 나눠준 게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형제경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판단했는데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된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재계에서 쉽제 찾아볼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던 롯데그룹 역시 2017년 롯데지주가 공식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양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이 대부분 엇비슷했다.

최근 한진그룹에서도 삼남매의 한진칼 지분율이 거의 같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6.49%,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6.47%, 이명희 고문은 5.31%를 각각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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