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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LG]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안하나 못하나④출범 이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 겸직, 장단점 명확

조은아 기자공개 2021-02-05 08: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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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08: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평가하는 대표적 잣대 가운데 하나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여부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이사회의 주요역할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대표이사로서 이미 역할과 권한이 큰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마저 대표이사가 맡는다면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사회 소집권을 갖고 있다. 이사회 소집권은 의장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한이다. 이사회가 존재하는 의미이자 목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LG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의 구성을 2005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오너인 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이사회 의장 역시 겸직하는 방식도 17년째 같다. ㈜LG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인물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과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 단 2명뿐이다.

국내 기업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기업이 드물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의 발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 155곳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은 30%로 나타났다.

특히 지주사들 가운데 오너나 오너의 최측근이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LG뿐만 아니라 ㈜GS, CJ㈜도 오너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가장 최근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지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 전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다.

이는 지주사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오너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주사 대표이사는 오너의 그룹 지배력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자리다.

여기에다 사업영역이 다양한 계열사 전반을 두루 지휘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둘을 겸직하는 게 전문성은 물론 효율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속도와 책임경영 측면에서 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오너=대표이사=이사회 의장’을 무조건 좋지 않게만 보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 문제는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대표이사가 그룹 전반은 물론 각 계열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책임감도 가장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SG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ESG가 기업의 존속을 결정지을 핵심요소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는 대표이사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지주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 사례가 SK㈜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9년 초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SK㈜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한발 더 나아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현재 SK㈜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 소집권을 대표이사에게도 부여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했다.

㈜LS는 2014년 일찌감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03년 LG그룹에서 분리된 지 11년 만이다. 현재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이광우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구 회장은 등기임원(사내이사)이지만 대표이사는 아니다.

CJ㈜도 2018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사회 운영 방침을 바꿨다. 새로 마련된 이사회 규정은 제 5조 1항에서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도록 해왔다. 다만 아직까지는 손경식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는 중이다.

지난해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겸직하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인에게 넘긴 것이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 의장은 김석동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다만 한진칼은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운 탓이다. KCGI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를 공격했고 한진칼은 주주들의 신뢰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재무구조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은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시키고 업무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이사회의 독립적 경영 감독을 방해한다”며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둘의 분리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OECD의 기업 지배구조 원칙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역할 분리를 모범 사례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일인이 겸직할 땐 그 사유를 공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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