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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비용 늘어난 KB금융, 잠재리스크 헤지 숙제 원금·이자 유예 '깜깜이 여신' 확대, 자산건전성 유지 변수

고설봉 기자공개 2021-02-08 07:57:4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5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공격적으로 대손충당금을 늘리며 코로나19에 따른 잠재 리스크에 선제 대응했다. 각종 여신의 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여신 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원금·이자 유예 상품의 리스크가 표면화 되지 않고 이연된 만큼 잠재 부실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잠재 리스크를 얼만큼 통제할 수 있을지가 올해 KB금융의 경영 안정성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대손비용률(Credit Cost Ratio·이하 CCR)은 예년에 비해 소폭 높아졌다. 2016년 0.22% 수준이었던 CCR은 2019년까지 비슷한 비율로 유지되다 지난해 상승세를 보였다. 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0.2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분기별 CCR을 살펴보면 1분기 0.25%를 시작으로 2분기 0.29%로 상승했다. 이어 3분기에는 0.22%까지 낮아졌지만 4분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라 CCR은 다시 0.29%로 높아졌다.

CCR은 고정이하여신을 대손충당금 전입액으로 나눈 값이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는 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충당금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는 뜻이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대손비용률이 높아지면 외부 위험도가 높아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KB금융의 충당금 전입액은 역대 손꼽힐 만큼 큰 규모다. 신용손실 충당금 등 전입액은 1조4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6700억원 대비 56% 가량 늘었다. KB금융은 연간 평균 6000억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아왔다.


KB금융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것은 향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여신에 대해 미리 충당금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책금융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원금·이자 유예 상품에서의 부실 가능성에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로나19 관련 추가 충당금을 제외하면 지난해 KB금융의 CCR은 0.20%로 집계된다. 이 수치는 최근까지 KB금융이 유지해왔던 대손비용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수준이다.

이처럼 KB금융이 별도 충당금을 적립한 것은 그만큼 지난해 돌발 이슈로 인한 리스크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해 추가 리스크가 발생했거나, 올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여신이 많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결과 2020년 CCR은 전년대비 소폭 상승했다”며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산업영향 등을 보수적으로 감안해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의 KB금융의 지난해 누적 기준 자산 및 자산건전성 지표를 살펴보면 추가 충당금 적립의 당위성이 설명되지 않는다. 총여신·위험가중자산·정상여신·고정이하여신 등의 현황은 실제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총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NPL)은 지난해 오히려 줄었다. 총여신은 2019년 334조5525억원에서 지난해 말 366조4278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NPL은 1조6518억원에서 1조4910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NPL비율은 2019년 0.49%에서 지난해 0.4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NPL커버리지비율은 147.1%에서 168.6%로 크게 상승했다. 총여신에서 위험요소가 줄었고 실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다만 KB금융의 NPL 감소는 실제 리스크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오히려 KB금융 안팎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원금·이자 유예에 따른 여신 관련 각종 수치의 착시효과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에 위험도를 거르지 못한 ‘깜깜이 여신’이 증가한 것으로 향후 리스크의 크기와 강도를 더 키울 수 있는 시한폭단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깜깜이 여신의 증가는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발표한 KB금융의 자산건전성 지표들에 대한 신뢰도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원금·이자 유예한 여신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산정을 정상 여신과 동일하게 한다. 정책적으로 원금·이자를 유예한 만큼 연체 등이 발생하지 않아 정상으로 보지 않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난해 9월 말 해당 프로그램이 종료되지 않고 한 차례 연기된 만큼 KB금융의 잠재 리스크도 이연됐다. 현재 원금·이자 유예를 신청한 차주들의 신용 및 재무 여력 등이 낮아진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여신들이 일시에 NPL로 분류될 경우 KB금융의 RWA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BIS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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