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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롯데, 위기마다 꺼낸 혁신카드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①신동빈 '사회적 관점' 변화 주문, 'ESG'로 임원평가 강화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02 08:10:30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07: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조치를 빠른 시일 내 시행하겠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황제식 경영시스템, 오너간 경영권 분쟁 등 롯데그룹의 비합리적인 경영시스템이 변화를 맞게 된 건 공교롭게도 형제의 난이 극단으로 치달은 시점에서였다. 2015년 8월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둘러싼 자극적이고도 민감한 폭로 스캔들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으로 '투명 경영'을 내세웠다.

그리고 2년 뒤 롯데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410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냈다. 40여년간 황제주로 무거운 몸값을 지켰던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식을 액면분할 했고 신 회장 직속으로 준법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황제식 경영을 뒷받침 했던 컨트롤타워 역할의 정책본부 권한도 대폭 축소했다.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는 롯데그룹의 전략은 오늘날에도 적용됐다. 수년간 이어진 실적 악화는 성장 가도를 달리던 롯데그룹 입장에서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다. 위기의 발화점은 구태에서 비롯됐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조직문화부터 의사결정 시스템, 주주친화정책 등 전부문의 혁신을 추진 중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처음으로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쇄신 결단, 계열사별 ESG 조직 구축

신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업계를 선도한 탄탄한 경쟁력으로 자부하던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대안으로는 '임직원의 자율성'을 꼽았다. 그룹의 조직문화를 '톱-다운(Top-Dowm)'에서 '보톰-업(Bottom-Up)' 방식으로 바꿔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의지다.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지켜나가는 동시에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리더', '100년 기업' 등의 표현으로 재계 5위권 대그룹의 위용을 과시하던 과거 신년사를 떠올리면 올해는 전향적인 변화가 엿보인다. 이는 신 회장이 주재한 연초 사장단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내부의 시선이 아닌 고객, 외부 사회적 관점에서 롯데그룹을 들여다 보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롯데그룹 만큼 외풍에 실적이 좌우되는 곳도 없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다 오너일가가 한국어보다 일본어에 더 익숙하다는 점 때문에 끊임없이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다. 반일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번번이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정체성 논란이 롯데그룹의 태생적 한계 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규모로 압도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과거에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였지만 소비 패러다임의 전환 등으로 경쟁력이 저하된 지금 상황에서 그룹의 존폐위기를 흔드는 중대리스크로 부각됐다.

결국 이를 뛰어넘기 위해 빼든 카드가 변화다. 특히 외부의 시각, 더 나아가 사회적 관점을 거론한다는 건 시대적 변화에 편승하는 수용적 자세를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경영권 분쟁에서 투명 경영을 화두로 돌파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위기 상황을 사회적 관점에서 혁신으로 이겨내겠다는 판단이다.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들은 신 회장의 주문을 ESG로 풀어내고 있다. 전 계열사들이 앞다퉈 ESG 관련 조직을 갖추는 것은 물론 세부 전략을 세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일단 롯데지주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ESG에 대한 임원 평가를 세분화 하고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 중이다. 롯데지주 차제의 ESG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담 조직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경영지원본부의 명칭을 ESG경영지원본부로 전환하면서 그룹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적극성을 보였다. 코리아세븐은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유일하게 ESG TFF라는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고 세부 전략까지 발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투자자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IR팀을 만들었다. 전사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맞춰 ESG 경영전략 역시 계열사 각사별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양적으로 ESG 등급을 올리는 게 아닌 사회, 환경분야에서의 진화를 이뤄 근본적으로 이미지 쇄신을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오너 중심 시스템 혁신 미지수, 유의미한 'G'의 변화 필요

보수적이고도 폐쇄적인 문화의 전형으로 평가되던 롯데그룹이 ESG라는 재계 트렌드를 수용한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꽤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이 공언한 대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상당부분 투명화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ESG에 대한 관심 역시 그룹을 한층 더 선진화 시킬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할 신 회장 중심의 강력한 오너 경영 및 이사회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신 회장의 계열사 이사 과다겸직, 잦은 이사회 불참 이슈는 매년 빠짐없이 불거진다.

신 회장이 지난해 대법원 유죄판결에 의해 일부 계열사의 이사직을 자진사임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일부 계열사 사내이사와 대표이사까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개선 과제를 시사한다.


2016년 대신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보고서는 '상장계열사에서 총수일가 겸직이 많은 편인데, 과도한 겸직은 등기임원으로서 원만한 업무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창 지배구조 투명화 과정이 진행되던 상황에서도 오너일가 중심의 경영구도는 변화가 없던 셈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일본 롯데그룹과의 고질적인 내부거래를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된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코리아세븐·호텔롯데 등 상장·비상장을 막론하고 일본과 내부 거래가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은 궁극적으로 ESG가 지향하는 바를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롯데그룹이 자체적으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에서 오는 관행인 셈이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ESG 전략이 단순히 S(social)와 E(environment)에 치우친 변화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롯데그룹의 본질적인 보수성을 벗어버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는 이유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ESG 전략을 올 들어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각 계열사가 하고 있다"며 "독립경영 틀 아래 자율적이면서 자발적으로 처한 상황에 맞게 현실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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