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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조카의 난?', 10년전 '형제의 난'과 무엇이 다를까 박철완 상무, 금호리조트 고가인수 겨냥...대우건설·대한통운 때와 명분 등에서 차이

조은아 기자공개 2021-02-26 09:59:5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예상대로 ‘금호리조트 고가 인수’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인수라는 주장이다. 박 상무의 이번 주장은 10년도 더 지난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한 집안에서 일어난 데다 둘 모두 인수합병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 당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공격했던 박찬구 회장은 지금은 금호리조트 인수라는 공격에 직면해 있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걸까.

◇금호리조트 과연 '고가 인수'일까?

박 상무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과 금호리조트는 어떠한 사업적 연관성도 없다”며 “이사회가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는 금호리조트를 높은 가격에 인수하기로 한 것은 회사와 주주가치·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금호리조트 인수가격은 2554억원이다. 금호석화는 본입찰에서도 참여한 5곳의 원매자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재무적투자자(FI) 3곳은 1000억원 후반대를 적어냈고 전략적투자자(SI)인 동양이지이노텍은 2000억원 초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이지이노텍은 라인건설그룹 계열이다. 그룹에서 건설·부동산·분양업을 하고 있으며 골프장 역시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원매자들의 가격차이가 벌어진 다른 이유로는 유상증자가 거론된다. 금호리조트가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구주 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모든 걸 고려하더라도 금호석화가 지불한 가격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금호리조트 인수는 금호가(家) 2세 박찬구 회장이 그룹의 '마지막 유산'을 품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금호석화가 경쟁자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 금호석화가 품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가격을 놓고 고가 인수 논란이 벌어지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 따라 ‘승자의 저주’가 되기도 하고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는데 금호석화 역시 경쟁자 대비 높은 가격을 써내긴 했지만 규모나 상황 등을 봤을 때 비합리적이지 않고 회사의 존망을 좌우하는 수준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수는 석유화학 ‘한 우물’만 파오던 금호석화가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정밀화학과 건자재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박 상무의 주장대로 금호석화의 사업은 금호리조트와 연관성이 없고 또 시너지 역시 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만큼 석유화학 업종이 불황일 때 이와 무관하게 꾸준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대표적 싸이클 산업으로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지난해에는 석유화학 집중 전략이 통했지만 앞으로는 계속 통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불과 4년 전인 2016년 금호석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570억원으로 지난해(7422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금호석화의 앞날을 대비해야 할 필요성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은 박 상무 역시 동의하고 있다. 다만 박 상무는 기존 사업과 연속성을 유지하며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한다며 금호리조트 인수에 반대했다.

금호리조트가 영위하는 레저·리조트 사업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군이다. 금호석화가 골프장에 관심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금호석화는 앞서 2016년 경기 파주시 파주컨트리클럽(CC)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이력이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과거 '형제의 난'과 무엇이 다를까

과거 이른바 ‘형제의 난’ 때는 어땠을까.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에 반대한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반대했을 당시에는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았다. 박삼구 전 회장이 워낙 강력하게 인수를 추진했던 데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었던 만큼 박찬구 회장의 주장이 밖으로 새어나갈 틈이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수한 지 3년 가량 지난 2009년 대우건설 재매각이 추진되면서 형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졌고 박찬구 회장이 과거 두 회사의 인수를 반대했다는 전력이 밝혀졌다. 박찬구 회장은 “둘 중에 하나만 인수하라”는 의견을 강력히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이 지나치게 무모하고 풋백옵션이라는 조건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박찬구 회장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사태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고 그 뒤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는 계열 분리로 이어졌다. 이후 박찬구 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상이 강화되는 등 박찬구 회장에게 유무형의 자산이 됐다.

반면 박철완 상무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호석화 안팎에서는 이른 나이에 부친을 잃고 승진에 밀리는 등 박 상무의 불편한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그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이른바 ‘조카의 난’이 승리로 끝날 가능성에도 회의적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박 상무가 배당을 내세워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점 역시 내부 기반이 취약하고 명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상무는 보통주는 1만1000원, 우선주는 1만1050원을 배당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 1500원, 1550원의 7배가 넘는 수치다.

박 상무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오로지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당한 주주제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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