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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롯데, 구심점 없는 각개전투 '신동빈 결단' 성패 가른다③이사회 투명성·다양성 부족, '오너중심 체제' 탈피 과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02 10:08:33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14: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문화 및 경영 시스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게 계열사 독립경영이다. 강력한 오너십을 뒷받침 해주던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을 해임하면서까지 그 의지를 드러냈다. BU 중심의 각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에 드라이브 거는 한편 그룹 역할을 최소화 하는 '각개전투'가 시작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역시 각사 개별로 진행한다. ESG 성과를 임원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전 계열사가 사활을 걸고 있지만 온도차도 분명하다. 각각의 전략이 상이하고 조직 역시 불투명하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특히 궁극적으로 롯데그룹의 ESG 철학을 끌어내리는 핵심요소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너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두고 롯데그룹 안팎에서 ESG 경영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각 계열사 독자 추진…'친환경·사회공헌' 치우친 일회성 전략

롯데그룹의 ESG 경영은 조직 구심점이 따로 없다. 지난해 말부터 각 계열사마다 ESG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각자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먼저 롯데케미칼이 경영지원본부의 명칭을 ESG경영본부로 바꿔 달고 신호탄을 쐈다. 이어 올 초에는 비상장사인 코리아세븐이 ESG 테스크포스팀(TFT)을 만들었다. 롯데지주는 현재 기획부서와 CSV팀에서 각각 맡고 있지만 ESG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 예정이다.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도 관련조직 신설을 준비 중이다.

삼성그룹은 외부기관인 준법감시위원회,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조직을 통해 그룹 ESG의 구심점을 뒀다. GS그룹은 최고환경책임자(CGO)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를 최근 신설했다. CJ그룹 역시 지주 차원에서 그룹 ESG 전략을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재계의 ESG 전략을 감안할 때 롯데그룹은 상위권 대그룹 중 ESG 경영 전략과 관리방침이 상당히 느슨한 편이다.

롯데그룹 ESG 경영과 관련해 전사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면 최근 상장 계열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전자투표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현안에 밀려 미뤄왔다. 그러나 신 회장의 주문으로 ESG 경영에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전사 도입을 추진했다.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정도를 제외하고 모든 계열사들이 최근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딱히 진전된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환경 문제와 연관된 화학 계열사들이 가장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 롯데그룹 화학BU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 성장 추진 등 친환경 전략과 목표와 추진 과제가 포함된 ‘Green Promise 2030’을 발표했다. 이밖에 별도 ESG 조직을 구축한 코리아세븐은 ESG 경영철학 및 슬로건을 최근 공개했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발표하는 ESG 경영 전략이 대부분 사회공헌과 환경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개된 롯데케미칼, 코리아세븐,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계열사의 ESG 관련 전략은 모두 친환경 및 사회공헌 정책 등으로 유사했다.


ESG의 E(environment)와 S(Social)의 본질적 가치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일회적인 친환경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하고도 실질적인 전략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롯데쇼핑 내 마트사업부가 창립이래 처음으로 단행한 희망퇴직이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어 롯데칠성음료에 제기된 탈세영업 의혹 등은 롯데그룹 근로정책이나 영업방식 등 사업영역에서의 개선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ESG 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해외서 '지배구조' 박한 평가, 오너·경영진 중심 이사회 감점 요인

E와 S 만큼 중요한 G(governance)의 영역에서도 롯데그룹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롯데지주나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G에 대한 해외 ESG 평가기관은 평균 미만이다.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Legal & General investmen management(LGIM)가 평가한 롯데지주의 G에 대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41점이다. 롯데쇼핑은 46점, 롯데케미칼은 36점이다.

국내기관의 ESG 평가와 다르게 해외기관의 평가에서 지배구조 항목은 상당히 세분화 돼 있다. 투자자 권리가 보장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통주식수가 전체의 50% 이상인지, 차등의결권이 있는지 여부 등을 살핀다. 이사회의 다양성을 살피는 차원에서 사외이사 구성원의 면면과 물론 남녀 성비, 재직기간까지 따진다. 롯데그룹이 국내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A이상의 높은 지배구조 점수를 확보했다고 해도 선진화를 이루기까지 상당한 과제가 남은 셈이다.


그룹 전체적으로 공통된 몇가지 문제점을 살피면 우선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겸임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황 전 부회장이 임기 중 급작스럽게 퇴진한 데 따라 롯데지주 정도만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 돼 있을 뿐 전사적으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전무하다. 과거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한 선례를 봐도 전임 대표이사가 고문으로 물러나며 남은 임기 처리 및 예우 차원에서 의장을 맡겼을 뿐이다. 대표이사가 이사회를 이끌고 가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만큼 사외이사수가 과반 이상이라고 해도 독립성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신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심지어 신 회장은 이사회에 거의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이사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그의 의중대로 안건 처리가 되는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사회 내 위원회가 세분화 돼 있지 않고 구성원이 남성으로만 이뤄진 것도 개선 과제다. 신 회장을 비롯한 일부 등기이사의 임기가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지배구조 평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하지만 지배구조에 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한 계열사는 없다. 이는 전적으로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것인 만큼 신 회장의 혁신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 회장에게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ESG 경영전략의 본질을 읽고 자발적으로 결단을 내리는 신 회장의 움직임에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으로 ESG 경영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아직 그 시작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각사별로 상황에 맞게 추진할 방침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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