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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S·SK이노 배터리 분쟁]ITC 최종 판결에도 팽팽한 평행선, 합의는 멀었다?LG "진정성있게 합의 나서라" vs SK "美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소명"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08 13:57:54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5일 15: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LGES)의 손을 들어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주 판단 근거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misappropriation)'이었다. LGES는 사실상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 비밀 탈취를 인정했다고 주장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ITC의 판결 자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증거 인멸→영업 비밀 탈취"…ITC 인정

5일 ITC가 발표한 최종 판결문에 따르면, ITC는 SK이노베이션 내 (타사 배터리 관련) 정보 수집과 이 기록을 악의적으로(malfeasance) 소멸시키는 일종의 문화가 만연해 있고, 묵인되고 있었다는 행정법판사의 판정을 인용했다. 다시 말해 ITC가 이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또 ITC는 SK의 증거 인멸 정황에서 가장 주목할 점으로 인멸의 범위와 빈도를 꼽았다. ITC 판결문에서는 SK가 증거를 인멸한 구체적 사례까지 언급된다. 판결문에는 2018년 SK 배터리 사업 고위 관계자는 팀원들에게 'L'사에서 온 문서들을 숨기거나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지시한 메일 또한 보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러한 SK의 증거 인멸 정황들은 SK가 LG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요 근거로 쓰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LGES는 사전 청문회 당시 미국 불공정수입수사처(OUII)에 SK이노베이션이 총 11개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영업 비밀을 SK이노베이션이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한 부분과 LGES가 기술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11개의 카테고리와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ITC는 OUII의 의견을 채택했다.

또한 OUII는 SK이노베이션이 LGES의 기술을 탈취하지 않았더라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현재·잠재 고객들이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ITC는 이 의견에도 동의했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이 패소에 결정적 원인이 된 셈이다. LGES 관계자는 "ITC는 SK의 LG 영업비밀 카테고리 11개 내 22개 침해 사실을 인정했다"라면서 "ITC 판결문에 따르면 SK의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자행되는 등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 판결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미 ITC의 결정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면서 "ITC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됐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됐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는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라면서 "이런 모호한 결정으로 정당한 수입조차 사실상 차단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 등 심각한 경제적·환경적 해악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설득력 높아진 LGES 주장, 보이지 않는 합의점

최종 판결문 배포 후 양 사의 협상력은 LGES 쪽으로 더욱 기울었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이미 지난 달 판결이 난 시점부터 SK이노베이션은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이번 최종 판결문으로 LGES 측의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이 관계자는 "SK는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가능성 등 남아있는 카드를 모두 활용하고 나서야 LGES 측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후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방식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LGES는 협상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한웅재 LGES 법무팀장은 "SK이노베이션이 ITC 의견에 반박한다는 것은 미국 정부 기관이 2년 동안 조사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라면서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LGES에 따르면 지난 달 최종 판결이 난 후 LGES는 SK이노베이션에 대화를 제안했으나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어떠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양 사가 입장을 좁히지 않고 교착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델라웨어 법원의 민사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웅재 법무팀장은 SK가 끝까지 합의에 나서지 않을 경우 LGES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미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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