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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옥석가리기' 실패했다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1-03-18 13:08:0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사모 운용사들이 그동안 잘 견뎌냈을까. 시련을 이기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9년말 현재 전문사모운용사는 217곳, 최근에는 250곳을 넘어섰다. 전체 설정액도 10조원 가까이 순수하게 늘었다.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운용사 대표들이 '돈 좀 만졌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한다. '이제 인공호흡기를 완전히 뗐다'는 엄살보다는 여유 섞인 농담까지 곁들인다.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좋을 게 없는' 주식시장이 살 길을 만들어줬다. 그런데 좀 더 살펴보면 그 이면이 좀 씁쓸하다.

국내 헤지펀드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지만 태생은 '롱숏 전략'을 사용하는 에쿼티헤지 펀드들이다. 사고 팔아(공매도 포함) 차익을 내는 거래다. 그런데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을 지난 1년 가량 쓰지 못했다. 하락에 베팅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주식을 보유만 하고 있었더니 이익이 났다. 롱숏 전문 운용사들은 의도되지 않은 비자발적 행운을 얻었다.

또 하나, 자포자기에 따른 절박함이 생존을 연명시켜줬다. 펀드에서 고객 돈이 빠져 나가자 폐업을 고민하던 운용사들이 자기 돈으로 마지막을 베팅했다. 생사가 달린 자금이다 보니 운용의 절박함은 최고조였다.

그 와중에 금융감독원은 사모운용사 전수조사를 강하게 몰아 붙였다. 투자한 자산과 관리 시스템, 심지어 임직원 가족의 금융계좌까지 들여 봤다고 전해진다. 섬뜩함을 느낀 사모운용사 대표들은 느슨했던 운영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반성을 했다고 한다. 서로가 불편했겠지만 제도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통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옥석가리기의 순수성이 희석되고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악화(惡貨)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양화(良貨)까지 구축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정부의 무차별적 규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수탁사, 그리고 판매사 규제다. 수탁사 문제는 투자 자산이 좋든 말든 상관 없이 아예 펀드 설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설령 운용사들이 수탁사의 빈 자리를 찾았다 하더라도 판매 과정에서 또 한번 난관을 만난다. 사모펀드는 고난도 투자상품으로 분류, 녹취와 더불어 매우 까다로운 판매 과정이 필요하다. 일선 은행 PB들은 사모펀드 판매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설정과 판매 두 과정에서 철저하게 봉쇄된 셈이다.

양질의 딜 혹은 상품들은 사모운용사 자기자본 투자에 머무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논란은 있으나 수탁사 문제와 판매규제는 간접적으로 정부의 용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사모펀드의 투명성 확보와 성숙을 위해 정부와 업계의 노력을 독려하고 응원하는 건 마땅하다. 그래야 모험자본으로서의 본모습을 찾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를 일단 가둬 놓고 무차별적으로 '문제아' 취급하는 식의 접근은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다. 돌멩이를 걸러 내려다 옥구슬까지 내다 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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