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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3년 리뷰]구세주에서 원성 대상으로…180도 바뀐 평가①인사·정책 두고 갈등, 독립론 동력 상실…금융위 관계 소원, 금융사는 맞소송전

고설봉 기자/ 김민영 기자공개 2021-03-15 08:05:04

[편집자주]

윤석헌 금감원장이 임기 막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대립도 수습하기 어려운 단계다.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역대 최초' 연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그가 임기 만료 2개월을 앞두고 조기 퇴진할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더벨은 금감원 안팎의 갈등 양상을 짚어보고 윤석헌 체제 3년 동안의 '공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7:5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임기 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직원 인사를 계기로 그동안 쌓여온 내부 불만이 폭발하면서 조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018년 취임 때만 해도 진보학자 출신 원장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지금 직원들은 윤 원장의 ‘조기퇴진’을 요구하며 180도 달라진 평가를 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윤 원장 및 금감원에 대한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취임 첫날부터 꺼내든 ‘금감원 독립론’은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의 씨앗이 됐다. 갈등을 풀어낼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일방향적인 금융사고 피해 보상 요구와 제재심의위원회의 강경책은 피감기관인 금융사와의 대립과 각종 소송전을 부른 상황이다.

◇비(非)관료 진보학자에 대한 기대, 인사·정책 실수에 '와르르'

윤 원장은 2018년 5월 8일 금융감독원의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최흥식 전 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이 각각 채용비리와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조기 낙마하자 구원투수로 전격 발탁됐다. 윤석헌 원장 체제는 흔들리던 조직을 바로 잡고 금융개혁의 선봉에 서야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처음엔 안팎의 지지가 컸다. 학자 시절부터 금융위로부터 금감원 독립을 외쳐온 윤 원장이었기에 금감원·금융위로 양분돼 있는 금융감독체계에 일대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취임 뒤 금감원 조직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상위기구에 무조건 굴하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원장의 면모를 보여주며 직원들의 환심을 샀다.

직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윤 원장은 취임 시점부터 금감원 독립론을 강하게 꺼내들었다. 당시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그의 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세 번째 민간 출신 원장으로서 금융위와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려는 윤 원장의 말과 행동에 금감원 직원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다. 노조도 늘 윤 원장을 엄호했다. 2018년 말엔 금감원 예산권을 쥔 금융위가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금감원 노조는 성명을 내고 “금융위를 해체하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1년 3월 현재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 금감원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양상도 다양하다. 윤 원장 대 노조, 임원 대 노조 및 직원, 직원 대 직원 등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윤 원장 체제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건 노조와의 갈등이다.

금감원 노조는 청와대에서 윤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3일 개최했다. 금감원 전체 임직원 2000명 중 1700명 이상이 노조원이다. 이들이 임기 중인 금감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말 단행된 2021년 금감원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 연루자들이 승진한 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승진자 가운데 A 부국장과 B 팀장은 2014년과 2016년 전문·신입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돼 각각 견책과 정직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금감원 직원은 “아무리 당시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다고 해도 불의한 지시를 수행한 것 자체가 결격사유”라며 “최근 젊은 직원들은 정의와 공정 등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조직을 평가하는데 이번 인사는 그러한 조직원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교하지 못한 독립론·소보 정책, 외부 갈등의 골 키워

갈등 양상은 다른 곳에서도 또 있다. 윤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정책적으로 ‘금감원 독립론’과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 두 정책은 모두 윤 원장과 외부 상대들과의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정책 자체 보다는 현실적이거나 정교하지 않고 성급한 추진이 갈등 불씨가 됐다는 평이다.

특히 금감원 독립론으로 촉발된 금융위와의 갈등은 이미 봉합할 수 없는 단계다. 취임 초기만 해도 윤 원장이 꺼낸 독립론은 내부의 지지를 적극 받았다. 금융위로부터의 예산과 인력 독립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건 내부 응집력을 키우는 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력을 잃어갔다. 3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윤 원장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독립론이란 '구호'만 부각됐다. ‘예산과 인력 권한을 금융위가 틀어쥐고 금감원에 주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만 커지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 및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기재부 산하로는 가지 않겠다는 이중적인 주장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독립론이란 구호만 존재할 뿐 실체가 없다”며 “먼저 이슈를 꺼낸 금감원에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 안을 중심으로 여론을 만들어가야 했는데, 오히려 금융위가 예산과 인력 권한을 가지고 금감원을 통제하면서 감독체계가 꼬였다는 식의 말들만 부풀려졌다”고 평가했다.

피감기구 금융회사들과의 관계도 심상찮다. 각종 사모펀드 부실 이슈로 촉발된 금융사 대표이사(CEO)들에 대한 징계는 일방적이고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동시에 키웠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금감원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이전에는 결코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태가 빗발쳤다.

의도는 공감할만한 면이 많다는 평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란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진보학자 출신의 윤 원장은 취임 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취임 뒤 처음 꺼내든 핵심 이슈는 키코(KIKO) 재배상 추진이다. 취임 직후 키코 재조사를 지시했고 다음해인 2019년 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액 일부를 물어줄 것을 은행들에 권고했다.

은행권은 키코 사태는 이미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됐고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났다며 난색을 표했다. 윤 원장과 '호형호제'하던 사이로 잘 알려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조차 "키코는 법률적으로 종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배상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부실 사태 징계 문제로 금융사와 대립은 더 격화됐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피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100% 손실 배상을 권고했다. 더불어 제재심을 통해 금융회사는 물론 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는 강수까지 뒀다.

금융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금융사의 과실에 비해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주장이다. 또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은 금감원의 감독부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사전에 사모펀드의 사기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공격을 받았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모든 사모펀드 이슈에 대해 불완전판매 및 내부통제 의무 위반이란 잣대를 들이대 CEO들을 제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며 “반대로 금감원이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부실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 그러면 금감원장도 불완전감독 및 내부통제 의무 위반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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