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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하림그룹, 몸집 커졌지만 'E·S' 제자리...머쓱한 대그룹 타이틀①'내부거래' 지배 리스크 해소 노력, '환경 둔감' 개선 과제

김은 기자공개 2021-03-17 08:00:15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07: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양계 사업으로 시작한 하림그룹은 해운기업 팬오션, TV 홈쇼핑기업 엔에스쇼핑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사료, 식품제조, 유통판매, 해운 등의 사업을 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단기간에 확장하면서 이에 걸맞는 지배구조와 경영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대그룹 타이틀이 무색하게 하림그룹은 공정위 '단골 손님'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대그룹 위상에 걸맞지 않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아직도 농장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년간 하림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대부분의 ESG 성적표는 B와 C로 가득찼다. ESG 평가가 상당히 뒤처지고 있지만 중요도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M&A 전략 외형확대, 자산 대비 지배구조·경영체제 미비

하림그룹의 모태는 김흥국 회장이 1986년 설립한 하림식품에서 출발한다. 그가 지금의 ㈜하림을 세운 것은 1990년이다. 하림그룹은 곡물수송(팬오션)-사료(제일사료)-닭고기(㈜하림) 및 돈육(선진, 팜스코)-B2C(엔에스쇼핑)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농장에서 시작해 식탁에 이르는 식품 사슬을 완성한 셈이다.

특히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 외형을 키우 기폭제로 작용했다. 팬오션을 4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4조7000억원이던 자산이 2016년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힘입어 하림그룹은 2017년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서 하림그룹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2017년 공정위가 재벌 개혁의 첫 신호탄으로 하림그룹을 점찍으면서 9개월 간 7차례나 조사를 받는 등 압박이 거세지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2011년 지주사를 출범시킨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농수산홀딩스·선진지주 등 4개의 지주사로 나뉜 복잡한 체제를 정비해 최종적으로 하림지주 1개 지주사로 지배 구조를 단순화했다.

이 과정에서 하림그룹은 김 회장의 아들인 준영 씨에게 닭고기 가공업체인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 100%를 넘기면서 그룹 지분 승계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2020년 NS홈쇼핑을 운영하는 엔에스쇼핑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2년 만에 지주회사가 2개로 늘었다.

하림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끝냈는데도 과정에서 불거진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여전히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공정위는 김 회장이 2012년 닭고기 가공업체인 비상장 계열사 올품의 지분을 장남인 준영 씨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 증여 여부와 일감 몰아주기 행위 등 부당지원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올품이 비상장 계열사인 탓에 준영 씨가 약 100억원 규모에 불과한 증여세를 납부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여기에 올품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급성장했다는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했다. 실제 2011년 매출 700억원대에 그쳤던 올품 매출이 증여 다음해인 2013년 3000억원대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에 하림그룹은 2017년 올품의 동물의약품제조사업부문을 다른 계열사인 제일사료에 영업양도하며 내부거래 규모를 대폭 줄이는 노력을 펼쳤다. 이에 따라 올품의 하림그룹 상대 매출거래액 비중은 2016년 21% 수준이었으나 2018년 0.83%줄어들었다.

하림그룹 측은 법을 준수한 증여방식과 그에 맞는 세금을 냈으며 일감 몰아주기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 회의를 열고 김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상장 계열사 대부분 평균 미만, 공시 위반 건수 매년 늘어

이 같은 잡음이 불거진 가운데 하림그룹은 ESG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지난 3년간 하림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ESG 성적표를 살펴보면 대부분 B와 C로 이뤄져 있다. 업계는 하림그룹이 줄곧 육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온 만큼 ESG 경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환경의 경우 하림지주와 ㈜하림, 엔에스쇼핑은 각각 C를, 선진과 팜스코는 D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환경민감도가 높은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점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활동이 미흡하고 정보 공개 여부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배구조 부문의 경우 지금껏 B와 B+를 오가다가 지난해 하림지주, 팬오션, NS쇼핑 등이 A를 받으면서 상당히 진전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지배구조 뿐 아니라 환경(E)과 사회책임(S) 등을 통틀어 그동안 받았던 ESG 등급 중 가장 높은 점수다.

하림지주의 경우 계열회사 간의 업무 조정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한 점 등에 대해 높게 평가받았다. 하림지주는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보수위원회를 설치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고 있다.

또한 소수 주주권 보호에도 힘써온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림그룹은 2019년부터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자투표제도와 전자위임장 권유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김 회장의 계열사 임원 겸직 문제는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이사회에는 100% 출석률을 보였지만 출석률을 공개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에서의 출석률은 저조한 편이다.

또한 하림그룹의 공시 위반 건수가 매년 늘고 있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하림그룹의 2018년도 공시 위반 건수는 0건이었지만 2020년 11건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시 위반으로 인한 과태료가 3억4275만원으로 대기업 집단 중에서 가장 많았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자체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ESG 활동 내역 등이 제조업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평가 요소와 다소 괴리감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며 "올해는 ESG 중심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지주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나가고 그간 미흡했던 부분들을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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