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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하림그룹, 독립경영의 이면 '오너 겸직 그림자'②하림지주 지배구조 'A' 성과, 김흥국 회장 건재 '독립성' 논란

김은 기자공개 2021-03-18 08:23:24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6일 15: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은 2017년 이후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 제고를 위해 나름 노력을 펼쳐왔다.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주요 상장 계열사들이 전자투표제 도입, 이사회 구성 등 기업 정보를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이 덕에 하림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인 하림지주와 팬오션, 엔에스쇼핑 등 3곳은 지난해 처음으로 ESG 평가에서 A가 적힌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간 B와 B+ 수준에 머물렀던 지배구조(G) 부문에서 일군 성과다. 이는 ESG 경영의 관점에서 봐도 분명한 진전이다. 반면 ㈜하림, 선진, 팜스코 등은 여전히 B+에 머물러 있다.

이는 수년째 지적을 받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계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각 계열사의 독립과 자율경영 체제를 보장하는 경영 전략을 고수해오고 있지만 태생적으로 실체가 오너 회사라는 색깔을 지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 잰걸음, 팬오션 활약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ESG 평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하림그룹 상장 계열사의 지배구조 부문 등급은 줄곧 B+(양호)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하림지주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가 A등급으로 올라서며 한계단 올라선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앞서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과 내부거래 규모 감소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지주회사인 하림지주(G)가 지배구조 항목에서 A를 받은 점은 고무적이다. 지주회사의 ESG등급은 자체 점수에 상장 자회사 평가를 종합해 산출한다. 지배구조 항목에서 지분구조 뿐 아니라 이사회가 얼마나 독립성을 위한 장치들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하림지주는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 등 국내서 독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상당 부분 갖춰놓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중 팬오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팬오션은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율을 확대하고 감사위원 대상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홈페이지에 ESG 경영 관련 내용을 항목별로 게재해 주주나 사업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림지주 외 보수위원회 모두 미설치…'과다겸직' 기관 단골 반대

그러나 여전히 허점은 존재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보다 안정적인 경영 기반 구축과 효율적인 경영체계가 우선되는 탓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지적을 받아온 김홍국 회장의 계열사 과다 겸직 이슈가 먼저 꼽힌다. 김 회장은 2018년 초만 하더라도 당시 하림홀딩스를 포함 총 12곳의 계열사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2017년부터 대기업 집단에 지정된 하림그룹의 수장인 김 회장의 이 같은 사내이사 과다 겸직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국민연금은 2014년 하림, 2017년 선진과 팜스코의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재신임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이들 계열사에 대한 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율이 과반에 달하다 보니 지금껏 실패 없이 연임에 성공해왔다. 하림은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하림지주가 57.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선진과 팜스코의 경우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각각 50.05%, 56.57%에 달한다.

이후 김 회장은 2018년 하림식품, 에코캐피탈, 농업회사법인익산, 농업회사법인늘푸른, 대성축산영농조합법인의 이사직을 내려놨다. 이를 통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김 회장은 하림그룹 내 주요 계열사인 ㈜하림, 선진, 팜스코, 하림지주, 팬오션 등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과다 겸직이 이사로서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사내이사 겸직은 이사회 출석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김 회장은 하림지주 이사회에 100% 출석률을 보였지만 다른 계열사에서의 출석률은 저조한 편이다. 팬오션의 경우 89%, 엔에스쇼핑, 40%, 선진 5.6%, 팜스코 0% 수준이다.


하림그룹이 전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사회 역시 해당 색채가 짙게 깔려 있는 점도 전문성 및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하림은 사외이사로 지역 인사들을 자리에 앉혔다.

㈜하림에 2017년 사외이사로 온 문봉갑 사외이사의 경우 김 회장과 같은 호원대를 졸업하고 지방농업사무관을 지냈다. 호원대학교는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해 있다. 2015년 팜스코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해신 사외이사 역시 호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한 인물이다. 선진의 사외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강현직 사외이사도 전북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하림그룹 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지역 인사를 사외인사로 두는 경우가 많다. 주요 운영 상황들에 대해 지역 내 사정 기관들과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다.

하림지주 외에 ㈜하림, 선진, 팜스코 등 대부분 상장 계열사들이 보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보수위원회 설치는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다. 최근 보수위원회가 경영진의 연봉이 합당한지 사전에 협의를 거치기 위한 기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를 장려하고 있는 추세다.

특정 성별로 채워진 이사회도 개선되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하림그룹의 경우 전체 그룹 차원에서는 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지만 각 기업으로 살펴보면 자산총액 2조원 미만으로 여성 등기임원을 포함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다만 최근 국내외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의 이사회 진출이 증가하고 있고 이사회 다양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림그룹은 지주 차원에서 ESG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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