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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포스코]"협력사 ESG 경쟁력이 포스코의 경쟁력"④김훈태 ESG그룹장 "기업시민헌장, 포스코 ESG의 차별화 만들 것"

이우찬 기자공개 2021-03-29 1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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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survival)은 인간과 같은 생물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기업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변화하고 혁신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한순간 도태돼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친환경(E)·사회적책임(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가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가 됐다. ESG 경영을 천명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소비자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존의 시대', 기업들의 ESG 철학과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스테디셀러인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로 유명해진 개념이다.

이를테면 화장실 소변기 중앙에 붙어 있는 파리 모양의 스티커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성들은 볼일을 보면서 파리를 겨냥하게 된다. 소변이 밖으로 튀는 양은 80%가량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소변기 앞으로 다가오라는 강압적 메시지 없이도 원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모델 '친환경컨설팅 지원단'

포스코와 포항시가 포항철강공단 내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잡은 것도 넛지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시와 함께 지난 2월 '친환경컨설팅 지원단'을 발족했다. 철강공단 내 악취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악취저감활동을 위해 포스코가 팔을 걷어 붙였다.

포항시는 공단 주변에서 포스코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경우 이해관계로 묶여 있는 포스코의 설득과 지원이 더 잘 먹힐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강압적 통제가 아니라 포스코가 ESG경영에 맞춰 협력사를 설득하고 지원하도록 부드럽게 개입하는 구도다.

김훈태 ESG그룹장(사진)은 "컨설팅 지원단이 발족해 악취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포스코가 지원해주는 활동을 해달라는 게 최 회장의 지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의 ESG 경쟁력이 곧 포스코의 ESG 경쟁력"이라며 "친환경 등 포스코 협력사의 ESG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포스코도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는 등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를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컨설팅 지원단은 기업이 할 수 있는 사회책임의 모델이라는 평가다. ESG 측면에서 보면 지원단은 협력사의 환경 경쟁력 제고를 포스코가 지원하는 모델로 사회(S)와 환경(E)부문 모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스코는 협력사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급망 성과평가 프로세스(SRM, 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도 가동하고 있다. 포스코와 거래하는 모든 공급사는 SRM 평가 대상이다.

평가 결과는 Excellent, Good, Poor 등 3개 등급으로 보고서 형태로 공급사에 제공된다. ESG 평가 항목은 20~35% 반영된다. 포스코는 향후 ESG 평가비중을 확대할 예정으로, 평가하위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장실사, 시정조치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시민헌장, 포스코 ESG의 차별화 이끌 것

김 그룹장은 포스코 ESG경영의 목적인 기업시민헌장을 실천하는 6대 기업시민대표사업 중 동반성장 사업을 가장 내세울만한 성과로 꼽았다. 동반성장의 내용인 성과공유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협력사와의 상생, 발전의 또 다른 모델이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김 그룹장은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개발(R&D)로 성과가 났을 때 매출의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개념"이라며 "존재하지 않던 시장을 같이 개척했거나 없는 부품, 설비를 공동 개발했을 때 실제 공급가 이상으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19년 총 174건의 성과공유제 과제를 진행했고, 완료된 과제에 대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301억원의 보상을 실시했다. 누적 기준 4916건, 3961억원 규모다.

김 그룹장은 타기업과 포스코 ESG의 차별화 지점은 기업시민헌장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시민헌장은 사회문제 해결 의지를 담고 있는 포스코 기업활동의 목적이자 경영, 의사결정의 준거로 작용한다. 김 그룹장은 "10~20년 뒤 포스코의 경쟁력은 기업시민헌장이 가져올 것"이라며 "기업시민헌장은 구성원들이 ESG, 사회문제를 보는 눈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ESG,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냐”

김 그룹장은 비재무요소인 ESG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지만 ESG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과거 사회적가치, 기업의 사회적책임, 지속가능경영 등으로 불렸으며, 현 시대에 맞춰 ESG로 변주된 것에 불과하다는 게 김 그룹장의 설명이다.

김 그룹장은 "블랙록, 피델리티 등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ESG를 요구하면서부터 ESG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돈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ESG경영을 요구하고, ESG를 신경 쓰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부터 ESG의 의미는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포스코 2대 주주인 블랙록은 포스코에 ESG 관점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해상풍력발전사인 덴마크 오스테드의 헨릭 폴슨은 지난해 2월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한테 보내는 CEO 서한에서 "친환경 기업으로서 공급사와 비전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공동 노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투자자, 고객사 모두 포스코에 ESG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블랙록의 경우 ESG 관점에서 함께 가기 어려운 기업에 대해서는 이사 선임 반대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Engagement)하기도 한다.

김 그룹장은 "ESG를 인식하는데에서 나아가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하고 있는 노력을 이야기해달라는 게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라며 "그런 점에서 ESG 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해 발전하고 개선되고 있다는 수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포스코 현안으로 떠오른 작업장 근로자 안전 사고 이슈에 대해서는 ESG그룹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김 그룹장은 "안전교육을 하고 안전부문 투자도 늘리고 있지만 해결이 잘 안되는 부분이 안전"이라며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ESG그룹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할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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