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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쌓아올린 '반쪽 A등급'①지속경영 비전 전 계열사 '종합 우수', 해외서 사회·지배구조 혹평

정미형 기자공개 2021-03-29 08:01:43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5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공이 컸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 글로벌 수준에 맞춰 그룹을 키우기 위한 노력들이 뒷받침 됐다.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로 취임한 서 회장은 2002년 글로벌 진출을 위해 영문 사명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변경하고 기업이미지(CI)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2008년에는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운영 체계를 정립하고 친환경 경영 등에 앞장서며 그룹 전반의 선진화를 이끌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은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그룹 내 상장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모두 ESG 종합평가등급에서 A를 받았다. E(환경)와 G(지배구조) 부문에서 A등급을, S(사회)부문에서 A+등급을 기록했다.

◇'소비재·화장품·여성 친화', ESG 유인 키워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모태는 서 회장 부친인 고 서성환 창업주가 1945년 세운 태평양화학공업이다. 1964년 국내 최초로 화장품을 수출하면서 글로벌기업의 초석을 닦았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장이 가속화한 것은 1973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다. 상장을 계기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패션, 증권,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궁지에 몰린 회사를 살린 것은 서 회장이었다. 당시 서 회장은 1987년 입사해 그룹의 기획조정실을 거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도맡아 추진했다.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본업인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서 회장은 능력을 인정받아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선봉장에 선 서 회장은 그룹을 더 과감하게 손질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이 대표적인 소비재인 만큼 실구매자인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2008년에는 공전의 히트작인 ‘쿠션’을 내놓으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도 일궈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ESG 경영에 앞서 발 빠르게 각종 사회공헌 활동과 친환경 행보를 이어온 것도 서 회장이 불어온 변화의 바람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09년부터는 지속가능경영 비전을 선포하고 국내 뷰티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매년 발간되는 이 보고서 안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이를 위해 노력해 온 한 해 성과 등이 실려 있다.



지난해 발간된 2019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화장품 업체로서의 고민이 담긴 셈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근 들어 감축에 성공했다.

A+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사회 평가에서도 각종 사회 공헌 활동과 높은 여성 임직원 비율 등이 뒷받침됐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와 여성의 건강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지난해 누적 기준 50만명의 수혜자를 배출했다. 여성 임직원 비율과 여성 임원 비율 역시 동종업계에서 높은 편으로 사회적 다양성을 충족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소비재 기업으로서 고객이 요구하고 관심이 많은 이슈에 대한 활동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며 “ESG 역시 특정 시점에서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기존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된 해외 평가…오너가에 쏠린 지배구조 '발목'

그러나 우수한 국내 ESG 평가와 달리 해외 평가는 엇갈린다. 해외 전문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한 ESG 등급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AA와 A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레갈앤제너럴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LGIM)는 사회와 지배구조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LGIM 사회 평가에서 100점 만점 기준 각각 25점, 22점을 받았다. 지배구조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 45점, 아모레퍼시픽 41점을 받았다. 유일하게 환경 평가에서만 70~80점대 점수를 받으며 동종업계 대비 앞서 있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ESG 평가 기준에 맞춘 요건들을 갖추긴 했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국내 동종 기업들과상대 평가에서 우위를 점해도 글로벌 기업들과 견줄 때 선진적인 구조로 가기 위한 진일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여러 이슈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 한 해 업무수행과 관련해 받은 제재 건수만 46건에 달한다. 화장품 제주 계열사인 코스비전은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부터 무상으로 750억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부당 지원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8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아모레퍼시픽도 표시 광고 미흡으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4500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매년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회사 측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는 독립성 훼손 우려로 반대표를 행사하고 서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인사들의 과도한 겸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 정기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에 대해 모두 반대표를 들었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국내 기관의 ESG 평가는 정량적이고 동종업계 기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글로벌 평가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견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총수 지분율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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