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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15인 방대한 이사회 구성, '침묵하는 다수' 만들었나①이사진 최종 재가, 정부 몫…소위원회 존재 불구 윤리이슈 '모르쇠'

신민규 기자공개 2021-03-30 09:27:26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9: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조직만큼이나 거대한 이사회를 갖췄다. 비상임이사 중심의 견제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내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비리가 불거진 이후 이사회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본질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정부 입맛에 맞게 꾸려진 이사진 중에선 어느 누구도 수년간 진행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이슈로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 침묵의 나선 이론처럼 다수의견에 동조하는 거수기로 전락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국토부, 권한 막강…의장까지 동의 얻어야

LH는 2009년 통합 이후 한차례만 제외하고 줄곧 15인의 이사회 체제를 구축했다. 상임이사 7인, 비상임이사 8인이다. 일반 사기업의 사내이사가 상임이사격이라면 사외이사에 해당하는 자가 비상임이사다. 사장과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친다. 임원추천위원회는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다.

외관상 위원회에 기반한 자율적인 선임절차를 거친 것 같지만 모두 정부 재가를 받게 돼 있다. 정관상 사장은 국토교통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상임감사와 비상임이사는 기획재정부장관을 거쳐야 한다.

두개 부처는 LH 출범시 자본금을 댄 곳이다. 국토교통부가 17조원으로 자본금 비율상 49.7%를 차지했고 기획재정부가 12조원으로 36.9%를 양분하고 있다. 나머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11.2%, 2.2%를 쥐고 있다.


정부 입김은 이사회 전반에 뻗어 있다. 이사회 의장을 비상임이사로 정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선임이나 연장자 순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선임 비상임이사를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하는 식으로 사실상 의장까지 좌우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이 맡고 있다. 2005년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 한국철도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맡은 인물이다.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해 있다.

상임이사의 경우 2019-2020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 변창흠 전 사장을 포함해 허정도 상임감사위원, 백경훈 부사장, 장충모 경영혁신본부장(현 사장 권한대행), 서창원 주거복지본부장, 한병홍 스마트도시본부장, 권혁례 공공주택본부장으로 꾸렸다.


◇윤리경영 안건 미미 '불감증'…상정의지 없이 거수기 노릇만

정부가 내정하는 인물로 채워진 이사진은 부동산 투기를 비롯한 직원들의 비리 이슈를 '결과적으로' 잡아내지 못했다. 지난해 LH 이사회는 35개의 안건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31개가 원안대로 통과됐다. 안건 자체에 윤리 이슈가 거의 없었고 나머지 안건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비상임이사 등이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한 사례는 회의록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사회 안건 상에 윤리경영 이슈가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3년간 부의안건이 40개 안팎을 유지했는데 의안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LH 이사회는 소위원회로 윤리경영 위원회도 갖추고 있었다. 소위원회는 윤리경영, 주요사업, 지역상생발전으로 3개가 꾸려져 있었다. 직원들의 윤리 전반을 총괄하는 윤리경영 소위원회는 인권보호, 재무회계, 성인지 등을 전문분야로 두고 활동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비리와 같은 이슈는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윤리경영 소위원회에서도 다루지 않은 내용들이 이사회 의사록에 담기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상임이사 차원에서 개진하지 않는 이상 8인의 비상임이사 입장에선 올라오는 안건만 수동적으로 의결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안건으로 비위사실이 올라와도 이사진의 적극적인 대처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해 이사회에선 계약사무 관련 부적절 사항 발생으로 계약사무를 조달청에 위탁하는 안건이 올랐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제7조에 따라 상정된 의안이었지만 결과는 허무하게 끝났다. 지침대로 비리이슈 발생시 타기관으로 위탁절차를 밟아도 공룡 조직의 뒷감당을 두려워한 타기관들이 '남의 일'에 손대길 꺼린 것이다. 조달청에서 업무위탁을 거절한 탓에 이사진은 위탁 불찬성으로 부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선 LH 이사회가 안건 상정부터 의결까지 침묵의 나선 이론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각각의 이사는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소수의견일 경우에는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각종 비리의혹과 같이 민감한 이슈들을 애초에 의안으로 제안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민성훈 수원대학교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는 "이사회가 잘 작동하는지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과 관련된 이슈들이 이사회의 안건으로 잘 규정되어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한 지적들은 검토하고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어떤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며 "비상임이사는 업무보고를 받는 분들이라 청렴이나 윤리를 강조하는 정도이지 별도 교육의무가 부여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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