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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초호화 비상임이사진, '의장' 권한에도 견제기능 무색②일부 이사 선임 배경에 의문…연 5회 대면회의 中 전원참석 2회 불과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30 09:32:59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H는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장을 비상임이사에게 맡기고 있다. 전문지식을 갖춘 사외이사진을 꾸려 경영진을 합리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또 비상임이사 일부는 임원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인사에도 관여하게 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니 일견 대단한 권한이 부여되는 셈이다. 실제로 도시설계학회 이사 출신, 건축학과 교수 등 그럴듯한 직함이 이사진에 명패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활동 양상을 보면 이들이 제대로 감시기능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거대 비상임이사진…제대로 뽑혔을까

LH의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의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 선임한다. 현재 이사회 과반이 비상임이며 선임비상임이사인 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장이 의장이다. 이사회 규모의 경우 상임이사 7명, 비상임이사 8명으로 구성됐다.


당초 이재준 전 수원시 제2부시장이 선임 비상임이사로 이사회 의장직을 겸했지만 지난해 중순 임기가 끝나면서 하 이사로 의장이 교체됐다. 하 이사는 한국주택학회 학회장, 중앙대 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명예교수로 이름이 올라 있다.

LH와도 꽤 인연이 깊다. 2013년에는 이지송 전 LH 사장의 후임으로 하 이사가 하마평에 유력하게 오르내렸다. 당시에 결국 이재영 전 사장이 최종 승자가 됐으나 2016년 박상우 전 사장이 임명될 때 역시 하 이사가 마지막까지 2파전을 벌였다.

그가 비상임이사로 합류한 시기가 2018년 11월이니 이듬해 4월경 박상우 전 사장이 물러나기까지 약 반년동안 함께 이사회 멤버였다는 이야기다. 하 이사의 경우 사장으로 거명될 정도였던 만큼 전문성 측면에서는 자격 여부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사장 자리를 다퉜던 경쟁자가 비상임이사로서 견제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나머지 비상임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정호 전 국제장애인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윤석인 경희학원(경희대) 개방이사, 최미라 법무법인 다솜 대표변호사, 장미현 젠더공간연구소 소장, 전숙희 와이즈건축사사무소 대표, 윤재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건축학과 교수, 백동현 신우법인 회계사 등이 있다. 총 8명의 비상임이사 중 여성이 3명, 남성이 5명이다.

이 가운데 김정호 이사, 그리고 감사위원이기도 한 윤석인 이사의 경우 토지주택 분야에 관해서는 별다른 전문성을 찾을 수 없다. 비상임이사에 대해 따로 교육이 실시되지도 않는다. 선임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윤 이사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변창흠 장관과 함께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선대위에서 일한 적이 있다. 또 김정호 사무총장은 부산인권센터에서 운영위원을 지냈는데 이 센터는 1997년 설립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동대표를 지냈던 곳이다.

LH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임했으며 최종 승인은 기재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창흠 장관 고른 임추위…'물갈이'없이 그대로

임원추천 기능에도 의문이 제기되기는 마찬가지다. LH는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신임 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LH 비상임이사 5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놓은 상태다. 임추위 위원들의 인적사항은 투명성 보존을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비상임이사의 절반 이상이 임추위에 들어간다.

문제는 비상임이사 대부분이 2019년에도 이사로 있었다는 점이다.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 임기를 시작한 때였을 뿐 아니라 신도시 땅 투기에 관한 의혹 건들이 집중돼 있는 시기다. 실제 정부합동조사단이 국토부·LH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 직원 중 11명의 건수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있었던 일로 확인됐다.

오랜 악습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나 변 장관에 대한 인사를 성공적인 임명 사례라고도 보기 어려운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변 장관을 선임했던 때와 비슷한 인물들이 또 임추위를 하는 것”이라며 “비상임이사들이 임원 선별에 과연 의미 있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감시·견제기능 '오작동' 원인은

그간 이사회 기록을 살펴도 비상임이사들의 존재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LH 이사회는 총 10회 열려 35개의 안건을 다뤘다. 17회 동안 43개 안건이 올랐던 2019년과 비교하면 그 수가 크게 줄었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해도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의 이사회 활동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횟수다.


게다가 10회 중 5회는 서면으로 진행됐으며 대면으로 열린 이사회들도 참석률이 100%를 채우지 못했다. 작년 2월 28일 열린 3차 이사회에는 이사회 의장인 이재준 당시 선임이사를 포함해 이상진, 장미현, 전숙희 이사 등이 불참했다.

해당 이사회에 2020년 운영계획, 2019년 회계연도 결산, 인사규정 일부개정 등 상당히 중요한 안건들이 올랐지만 비상임이사는 8명 중 절반만 참여한 꼴이 됐다. 2020년 6월26일 개최된 8차 이사회에도 이재준 의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7월 24일 9차 이사회에서는 최미라 이사가 빠졌다. 비상임이사가 전부 참석한 대면회의는 작년에 2번뿐이었다는 뜻이다.


논의 안건들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거수기’라는 비판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35개 안건 중 88.6%에 이르는 31개가 그대로 통과됐는데 이사회 의사록에는 참석자 발언요지에 ‘이견없음’, 논의결론에 ‘원안의결’ 또는 ‘보고접수’로만 간단하게 표시됐다. 나머지 4개 안건 중 1개는 문구 일부를 수정해 의결됐고 1개는 조건부의결, 2개는 부결로 결론났다.

부결된 안건 2개의 경우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다. 2020년 1월 17일 제 1차 이사회와 6월 16일 제 7차 이사회에서 ‘계약사무 관련 비리 발생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7조 규정에 의거해 해당 계약사무를 조달청에 위탁하는 방안’이 제안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참석자 발언 요지에는 ‘위탁 불찬성’이라고만 기재됐다.

자세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시 조달청에서 관련 업무를 거부해 부결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에 그쳤던 부결 안건마저 사외이사들이 능동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는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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