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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아모레G, 자회사와 '닮은꼴' 평가 계속될까②지주사·사업회사 활동 혼재, 커플링 자회사 의존

정미형 기자공개 2021-03-29 08:02:31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 아모레G와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받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적의 가장 큰 특징은 등급 평가가 똑같다는 점이다. 무려 최근 3년이나 같은 평가를 받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두 그룹의 평가 등급은 서로 달랐다. 아모레G는 통합등급 B를 받았고 상장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A를 받았다. 그러나 2018년부터 C등급에 머물렀던 아모레G의 환경 평가가 A등급으로 급등했다. 사회와 지배구조 등급도 한 단계씩 상향되면서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평가를 받게 됐다.

◇40개 종속회사 중 압도적 비중…아모레퍼시픽 활동 부각

ESG 등급 평가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ESG 평가는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아모레G는 그룹의 지주사인 만큼 종속회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들어간다. 상장사인 아모레퍼시픽의 활동이 따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비상장사도 함께 측정된다는 의미다.

업계는 그룹 내 아모레퍼시픽 비중이 큰 만큼 아모레G가 지주사인데도 결과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등급 평가에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아모레퍼시픽과 그룹 활동이 혼재돼 평가되고 있다.

그룹의 ESG 경영을 이끄는 부서도 아모레G가 아닌 아모레퍼시픽 산하에 꾸려져 있다. 아모레퍼시픽 내 지속가능경영 디비전이 있고 이곳에 속한 지속가능혁신사무국, 안전환경경영팀, CSR팀 등에서 전반적인 ESG 활동을 총괄한다.


그룹 입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ESG 활동도 아모레퍼시픽이 전면에 부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40개의 연결 대상 법인 중 아모레퍼시픽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그룹 전체 자산총계는 7조7887억원으로 별도 자산총계는 약 2조19억원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보다 2배 이상 큰 4조8976억원으로 자산 규모로만 봐도 그룹 비중이 63%에 이른다.

매출도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3조170억원 상당으로 그룹 종속기업 중 가장 많다. 게다가 매출 1조를 넘기는 종속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중국 화장품 판매 법인(AMOREPACIFIC Trading) 2곳뿐이다.

기업지배구조 평가기관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발간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을 검토해 평가가 이뤄지는 데 그룹 활동과 아모레퍼시픽의 활동이 혼재돼 있고 같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평가가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빛바랜 지주사 전환…순수지주회사 벗어날까

그룹의 전신인 태평양은 2006년 6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주사인 아모레G(태평양)와 사업 자회사 아모레퍼시픽을 분할했다. 핵심 역량 강화가 목적이었다. 주력 사업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몰아주고 투자 부문은 지주회사에 남겼다.

당시 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을 발표하며 "제조사업과 투자사업 부문의 분리를 통해 사업별로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증대시키고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모레G의 역할은 소극적 지주사에 그쳐 있다. 지주사 설립의 장점인 신규 사업 투자 활성화나 기업 구조조정 원활화, 지주사가 종합적으로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데 따른 효율적 역할 분담 등은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모레G는 자회사 지분 관리와 투자만을 담당하는 순수 지주회사인 탓에 규모도 크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아모레G가 지주사로서 제 역할을 찾고 본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지주사들이 자체 경쟁력을 통해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다. SK㈜의 경우 사업 지주회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고 나섰다.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겠다는 목표에서다. 실제로 SK㈜는 투자에 활발히 나서며 투자 성적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미래 유망 사업을 영위하는 핵심 기업에 잇달아 투자하며 신규 투자에서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같은 유통업계에 있는 롯데그룹 역시 지주사인 롯데지주에 투자 전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주사를 그룹의 성장 추진체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최근 롯데 그룹이 계열사 독립경영을 내세우며 롯데지주가 계열사 간섭을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현재로선 아모레G가 지주사로서 따로 사업을 영위하거나 역할이 크지 않아 자회사들에 의해 ESG 평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른 사업형 지주회사처럼 역할이 커지다 보면 평가 역시 다르게 매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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