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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정치권·시민단체 출신 감사위 구성…독립성·전문성 우려④친정부 인사 포진 '내부 비위 놓쳤다'…최대주주 정부와 독립성 확보 미흡

이정완 기자공개 2021-03-30 09:49:30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3: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의혹은 내부 감사 기능의 부재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LH의 감사위원회는 활발한 활동 내역과는 달리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성원 비위는 잡아내지 못했다. 대형 상장사에게 적용되는 감사위원회 평가 기준으로 LH 감사위원회를 바라보면 부족한 점이 많다.

LH 감사위원회는 겉보기에는 문제 없이 운영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감사위원회는 총 5회 개최돼 10개 안건을 처리했다. 감사위원회의 일상적 감사업무는 상임감사위원에 위임해 처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원활하게 실시됐다. 상임감사위원 산하에 감사실이 상시 운영되는 구조다. LH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총 22회 감사를 실시해 1024건을 처분했고 약 585억원의 원가 및 비용절감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감사 내역 중에는 토지 매입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지만 내부 임직원의 토지 거래를 겨누진 않았다. 감사보고서에는 ‘토지 주택 판매 및 관리 분야’에서 학교용지를 무상으로 공급했던 것에 대한 결정과 토지 매수자로부터 불필요한 할부이자를 수납한 것에 대한 감사를 대표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종합감사에서는 최근 드러난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미리 잡아내지 못한 셈이다.

LH 감사 조직 및 운영 현황(출처=LH)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감사위원회에서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했으나 이런 역할은 수행되지 않았다. LH 감사위원회는 모두 3명으로 구성돼있다. 위원회 구성은 상장사 감사위원회와 유사하다. 상임이사 1명과 비상임이사 2명 체제로 외부 전문가를 더 많이 배치하려 했고 위원 중 1명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를 배치해 기업 회계에 익숙한 인물을 감사위원회에서 일하게 만들었다.

LH 감사위원장은 비상임감사위원인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이사장이 맡고 있다. 감사위원으로는 허정도 상임감사위원과 비상임감사위원인 백동훈 신우회계법인 회계사가 일하고 있다. 박 회계사는 지난해 11월 비상임이사로 선임돼 감사위원회에 진입했다.

회계사인 백동훈 비상임감사가 감사위원회에 속해 있긴 하지만 다른 감사인 허 상임감사와 윤 비상임감사는 기업 감사 업무와는 동떨어진 경력을 갖추고 있다.

허 상임감사는 1993년 부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 공학대학원 건축학 석사, 울산대 대학원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 전문가인 허 상임감사는 서진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창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등으로 일했다.

허 상임감사는 2010년대 들어 현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보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노무현재단 경남지역원회 상임대표를 지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후보의 신문·통신분야 미디어특보와 경남선거대책위 상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LH 상임감사로는 2018년 3월 취임해 현재 3년 임기를 마친 상황이다. 허 상임감사는 변창흠 전 LH 사장이 국토교통부로 이동하며 공석이 된 사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윤 비상임감사도 감사 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경력을 쌓았다. 허 상임감사와 마찬가지로 2018년부터 비상임감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1985년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06년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 창립에 참여해 현재도 몸담고 있다. 윤 비상임감사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한 바 있다.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인물이 반드시 전문 자격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회계기준, 재무보고 및 내부통제 구조를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판단을 할 정도의 경험과 지식을 구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감사위원회는 경영진이 업무를 적법하고 타당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제대로 된 감사를 위해선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대규모 상장사가 감사위원회 구성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채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상장사의 감사위원회를 평가하는 잣대로 본다면 감사위원의 독립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지배구조 연구기관에서는 감사 및 감사위원은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H의 최대주주가 지분 86.64%를 들고 있는 정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권과 거리가 있는 감사가 등용될 필요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출자 자금으로 설립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LH는 기업공개를 통해 일반 투자자와 만나는 상장사 못지않게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이번 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감사위원회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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