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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3자연합, '산은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기권' 까닭은안건별 현장 표결 진행, '재탕' 정관변경안엔 모두 찬성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29 10:57:2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이 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에 '기권표'를 행사했다. 직접적으로 선임을 가로막진 않았으나 동시에 힘을 실어주지도 않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강성부 KCGI 대표는 한진그룹의 '새로운 감시자'로 등장한 산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실제 주총 뚜껑을 열어보니 산은의 주주제안에만 찬성하고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는 '기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이 제안한 정관변경안은 사실상 3자연합이 작년 주총 때 먼저 처리를 시도했던 내용과 일치한다. 산은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기 보단 원래 갖고 있던 기조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칼은 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변경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분리선출)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표결에 부쳤다.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처리됐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8기 정기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와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작년 말 산은이 한진칼의 3대주주로 등장하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식된 영향이다. 조원태 회장과 대척점에 서 몸값을 높이던 3자연합은 경영권 확보에 대한 꿈을 접고 엑시트 전략을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올해 주총장은 주주와 취재진들로 붐볐던 작년과 달리 조용하고 한산했다. 지난해엔 3자연합이 모아온 위임장을 확인하느라 시작이 3시간 가량 지연됐으나 이날은 예정시각(9시)에 맞춰 개회가 선언됐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좌석 수를 줄였는데도 자리가 남았다. 주총 시간은 '8시간30분'에서 '1시간30분'으로 대폭 줄었다.

3자연합 측은 대리인이 출석했다. 별도의 주주제안이 없었던 만큼 주주 발언도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CGI 대리인은 각 의안별 표결을 요청했다.

KCGI의 특수목적회사(SPC) 중 하나인 캐롤라인홀딩스 대리인은 "직접적인 표결 없이 주총을 진행하면 주주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반대 주주와 기권 주주의 의사가 표결로 드러날 수 있도록 정확한 집계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한진칼 측은 주요 주주들이 사전에 위임장을 작성해 각 의안에 대한 찬반, 기권표시를 했다는 점을 고려해 현장에서 일일이 표결을 하지 않으려 했다. 통상 주총에서는 빠른 진행을 위해 참석 주주 개개인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임장으로 이미 주요 주주들의 찬반 의사가 집계돼 가부결이 정해진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칼처럼 주요 주주 지분율이 90%에 육박한 경우엔 현장 출석 주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유 주식수가 많지 않아 반영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이유다.

의장을 맡은 석태수 대표이사(사장)는 해당 대리인의 요청을 받아 들였다. 각 의안별로 표결을 실시했고 매번 찬성과 반대, 기권 득표수와 득표율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안건이 가결됐다. 하지만 득표율을 살펴보면 3자연합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기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안건에 대한 기권표가 3자연합의 의결권(26,763,584주)을 약간 상회한다.

이날 선임안이 상정된 사외이사 후보들은 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과 투자협의서를 체결하며 사외이사 3인 지명권을 갖기로 약속했다. 여기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후보 1명도 포함된다. 3자연합은 사외이사(2명)에는 기권을, 감사위원에는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산은이 직접 주주제안한 정관변경안에는 찬성했다.

이와 관련해 강성부 KCGI 대표는 "의안별로 당사가 지향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부합하는지를 바탕으로 주주연합이 논의를 거친 사안"이라며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3자연합이 의도적으로 '기권' 사실을 드러내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약 대리인이 '현장 표결'을 요청하지 않았으면 안건이 전부 가결된 채 주총이 금방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일반 주주들은 반대표와 기권표가 얼마나 나왔는지 알기 어렵다. 3자연합의 표심이 어딜 향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이 주총 결과를 공시하지만 가부결 여부만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자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은에 무조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로서 주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모양새가 완성됐다.

정관변경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산은의 안건 자체가 3자연합이 작년 주총 때 주주제안한 내용을 '재탕'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형상 산은에 동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일 뿐이다. 산은은 이번 주주제안을 하기 전 3자연합과 일부 교감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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