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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기업 신용평가 혁신, ESG에서 내일을 본다”이진옥 이크레더블 대표이사, 박수진 평가본부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30 13:11:0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년 동안 같은 사업모델로 돈을 버는 산업이 있다. 바로 신용평가다.”

이진옥 이크레더블 대표이사(사진)는 한 칼럼의 이 문구를 읽고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신용평가사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을 평가하지만 스스로의 변화에 둔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혁신. 이 대표가 마음에 새긴 가치다. 회사 규모는 작아도 업계 선두지위를 유지하며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이다. 이크레더블을 10년 동안 이끈 비결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올해 또 하나의 혁신에 도전한다. ESG평가사업이다. 진정으로 ESG경영을 평가하려면 대기업 협력사까지 봐야 한다고 판단해 중소기업 맞춤형 ESG평가모델을 개발했다. 고객사의 영세함을 고려해 자료제출과 비용부담도 줄였다.

이크레더블이 처음 개척하는 길이지만 자신감은 있다. 수년 동안 업계 1위를 달리며 대기업, 중소기업과 네트워크를 충실히 쌓아왔다. 국내 500여 곳의 기관에서 실시간으로 빅데이터 자료를 수집하며 기업이 말하지 않는 비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도 있다. 사회적기업을 평가하며 쌓은 실사 경험치도 무시할 수 없다.

◇“ESG의 ‘큰 물’이 아래로 흐르도록”

“ESG는 대기업만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다. ESG라는 물이 아래로 흐르려면 중소기업 ESG평가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가 ESG에 관심을 둔 것은 지금부터 2~3년 전이다. ESG로 떠들썩한 선진국과 달리 당시 국내는 잠잠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언젠가 ESG경영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글로벌 현황을 살펴보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예상은 적중했다. 국민연금의 ESG투자 확대 발표, ESG경영공시 규제 시행예고 등 정책이 잇달아 발표됐다. ESG경영이 기업들에게 '발등의 불'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크레더블은 허둥대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업을 준비해 올해 초 이미 ESG평가모델 개발까지 끝냈다. 포스코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를 고객으로 확보한 것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ESG를 강조하는 기조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기업은 자본시장 중심으로, 중소기업은 조달청 입찰 등을 활용해 ESG경영을 확산시키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애플은 ESG경영을 하지 않는 협력사와 거래하지 않으려 한다.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도 글로벌 고객사들이 협력사의 ESG경영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에 ESG경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크레더블은 대기업 협력사를 중심으로 중견, 중소기업에 ESG경영을 퍼뜨리는 전파기가 되고자 한다. 기업신용인증 시장에서 수년 동안 40%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가하는 협력사 수만 4만 2000곳에 이른다. 이크레더블의 ESG평가가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ESG경영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이 대표는 “ESG등급 정의를 지속가능경영 가능성이라고 표현하는데 구체적 지표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ESG나 법을 잘 지키는 기업의 실적이 좋을까, 안 지키는 기업의 실적이 좋을까? 아직까지는 ESG경영이 실적과 비례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평가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실력자답게 부실률을 행정처분과 등치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신용평가에서 최악의 상황이 부실이라면 ESG평가에서는 주의, 경고, 과태료, 영업정지, 생산중단 등 행정처분이 부실률과 같다는 것이다. 정부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하는 가운데 이런 행정처분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한다.

◇“압도적 정보력, 중소기업 부담 줄인다”

“대기업에서도 객관적 자료를 내기가 어려운데 중소기업은 얼마나 더 힘들겠나. 환경부 등 500여 개 기관에서 비재무적 데이터를 받아 중소기업의 자료제출 부담을 최대한 줄였다.” 박수진 이크레더블 평가본부장(사진)이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정보력은 이크레더블 최고의 무기이기도 하다.

이크레더블에서 ESG평가를 받는 중소기업은 전체 자료 가운데 30%만 책임지면 된다. 나머지 70%는 이크레더블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예컨대 인권, 노동권이 잘 지켜지는지 기업에 물어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의 자료를 활용해 퇴사율, 고용조건, 정규직 근로자 비율 등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

이크레더블의 데이터 활용 기법은 다양하다. 전력이나 가스 등은 스크래핑 방식으로 수집하고 공공기관과 데이터 교환, 뉴스를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카테고리로 분류해 리스크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는 설문과 언론보도, 공시자료를 중심으로 ESG평가를 진행하는 다른 기관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기업 평가의 최종단계는 언제나 발로 뛰는 실사다. 과거 사회적기업을 평가하던 데서 비롯된 판단이다. 이 대표는 “ESG평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보는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은 기업은 단순히 재무적 지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느껴 실사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크레더블은 2015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제출용 신용평가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로부터 3~4년 동안 이크레더블은 400여곳의 사회적기업을 살펴보며 실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각종 규제와 행정처분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담당자와 대면하면 연구원 개인의 주관성을 배제하는 데 큰 힘이 된다”며 “간소화, 신뢰성, 객관성을 목표로 모든 단계를 표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크레더블이 ESG평가 인증수수료를 낮추는 데 큰 힘이 됐다. 회계법인 등은 SRI채권이나 이슈어 ESG평가를 진행하는 데 1000만원 이상의 수수료를 부른다. 신용평가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이크레더블의 ESG평가 인증수수료는 한 곳당 수십만원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그린론 등을 시행하려는 금융사로부터 문의가 잇따른다는 후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다”

“후배에게 우리 회사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냐고 묻곤 한다. 나는 혁신하는 회사이길 바란다. 좁은 신용조회업계에서 알짜로 살아남으려면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

이크레더블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69억원을 내 4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4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지가 벌써 5년이 넘는다.

이 대표가 11년째 이크레더블을 이끌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1962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 동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기업평가에서 쭉 일하다 2010년 자회사인 이크레더블 대표이사에 올랐다.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출신인 데다 신용평가사 특유의 보수성이 문화 전반에 깔려 있었지만 이 대표는 그 어디에서도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가 한일시멘트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이할 때도, 글로벌 기업인 피치에 인수될 때도 이 대표는 혁신에 앞장섰다. 인수 이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질 때마다 이 대표가 주도해 미래전략을 짰다.

미래를 한 발 앞서 내다보는 눈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이크레더블을 업계 최고의 알짜 회사로 키운 셈이다. 그런 이 대표가 ESG평가에서 이크레더블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금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중견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면 이크레더블도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혁신적 선구자들은 언제나 패스트 팔로워의 추격을 받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러나 창의성과 용기, 진정성은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으며 이것이 서비스의 품질을 가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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