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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하우스 新로드]한국밸류, '딥밸류' 집착 끝냈다..'성장가치' 방점②이석로 대표 "재무 데이터, 저평가 '보증수표' 아냐…10년 뒤 관점으로 가치평가"

허인혜 기자공개 2021-03-31 13:43:22

[편집자주]

가치투자 하우스들이 재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양분화하는 사고를 바꾸고 큰 틀의 가치투자 정신 아래 성장주 투자도 가치투자로 포용하는 운용사가 늘었다. 글로벌 경기부양책과 금리상승기를 맞아 전통적인 전략의 가치투자가 다시 부활하리라는 기대감도 꿈틀댄다. 더벨이 국내 가치투자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하우스별 전망과 비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올해를 기점으로 '딥밸류' 일편단심을 끝내고 가치투자의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여 장기보유한다는 가치투자의 근본은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저평가'의 지표를 재무적 데이터에서 미래성장 가치로 확대했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순자산비율(PBR) 등 재무 데이터가 가치주의 속성과 다르더라도 미래의 관점에서 가치상승이 전망된다면 투자한다는 지론을 세웠다. 이석로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신 경제가 구 경제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투자의 정의도 시대상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딥밸류' 일편단심 끝냈다…포트폴리오 '다변화'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전통적인 딥밸류(Deep-value·극심한 저평가) 스타일의 가치투자 하우스로 손꼽혔다. PER과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딥밸류는 이채원 전 대표의 투자 스타일이기도 했다. 이채원 전 대표는 '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싼 주식을 산다'는 말로 딥밸류 전략의 설명을 대신했다.

수장이 바뀌며 변화가 생겼다. 이채원 전 대표가 사임하며 이석로 대표가 부임했다. 이석로 대표는 가치투자 하우스의 명맥을 유지하되 시장상황에 맞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PER과 PBR의 굴레에서 벗어나 성장가치, 시장지배력 등을 고려해 저평가 종목을 찾는 것까지를 가치투자로 판단했다. 지향점만 맞다면 성장주나 대형주 투자도 감행한다는 각오다. 성장주의 단기 수익률을 좇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래가치가 있다면 성장주도 가치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채원 전 대표 지우기'는 아니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여전히 딥밸류 전략의 투자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다만 딥밸류 스타일만 고수하지는 않겠다는 점에서 전과 달라졌다.

금대기 한국투자밸류운용 상무는 "딥밸류뿐 아니라 성장가치도 가치투자 안에 포함된다"며 "성장주에 속하는 가치주들은 멀티플이 높아 전통가치주에 포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자동차산업 등의 선례를 보면 재무 데이터가 좋아지면서 PER과 PBR이 낮아지는 선례가 있다"고 짚었다.

변화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운용의 변화는 2020년 말부터 예견됐다. 12월 초부터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비중이 높아지는 변화가 감지됐다.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은 동일하지만 펀드내 비중이 일부 조정됐다. 2020년 11월까지 마이너스 수익률 일색이던 1개월 수익률이 12월부터 반등했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수익률이 13.48%로 집계됐다. 한국밸류10년투자 시리즈는 3개월 수익률을 기준으로 단 한 펀드도 마이너스(-) 성적을 내지 않았다.

◇이석로 대표 "과거의 데이터가 기업의 미래가치 보장하지 않아"

이석로 대표(사진)는 한국금융그룹의 '구원투수'로 불려왔다. 30년간 한국금융그룹에 몸담으며 합병과 경영의 험로마다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인력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대표로 부임해 결속을 다진 인물이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의 위기에도 가장 먼저 불려나왔다. 이석로 대표의 의지로 한국투자밸류운용의 체질개선은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

이석로 대표는 "지금까지 가치주라고 평가했던 기준은 과거의 재무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로 PER이나 PBR을 계산하고 그 값이 높은지, 낮은지를 따지는 방식이었다고 본다"며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가 그 기업의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고, 경영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의 낮은 PER이나 PBR 수치들이 그 회사를 살아남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석로 대표는 미래의 시점에서 봤을 때 가치가 높아질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이석로 대표는 "경제나 산업구조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고 경영환경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온라인이나 디지털 등 신 경제가 구 경제를 완전히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단의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지론은 성장주와 대형주를 보는 관점에서 잘 드러난다. 네이버나 삼성전자 등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도 미래성장가치가 있다면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네이버의 PER이 62인데, 과거의 가치투자 잣대로 보면 사서는 안 되는 종목이다"라며 "하지만 네이버가 앞으로 성장을 못하고 망할 회사인가.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5년뒤, 또는 10년 뒤의 시점에서 봤을 때 지금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종목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로 대표는 가치투자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그간 소외됐던 종목들이 다시 부상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인 조정장세가 길게 이어지면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종목들이 주목받는 국면이라 생각한다"며 "큰 흐름의 변화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변곡점은 4월 이후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 시점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최근 공모펀드뿐 아니라 사모펀드와 랩 어카운트 등의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국투자밸류운용 관계자는 귀띔했다. 한국투자밸류운용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다보니 또 다른 수익창출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며 "사모와 헤지펀드,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이 신규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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