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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깨고 나온 새마을금고의 날갯짓 [thebell note]

조세훈 기자공개 2021-03-31 08:24:23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8: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는 가장 전통적인 금융회사다. 반세기 전 계, 두레, 품앗이 등 고유의 상부상조 전통을 금융과 결합해 협동조합 형태로 출발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 뿌리를 내려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마함마드 유누스가 소액대출 원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새마을금고에서 얻었다고 할 정도로 서민 친화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발걸음의 잔상으로 새마을금고 하면 전통적이고 소박한 이미지를 쉽사리 떠올린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투자은행(IB)업계와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이다. 최근 몇년 새 대체투자 분야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매일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글로벌 PEF마저 큰손 투자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다수 투자 건들은 새마을금고 손을 거친 후 이뤄져 '숨은 딜 메이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런 변모는 혁신을 향한 '뚝심' 행보가 밑바탕이 됐다. 새마을금고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블라인드 부동산펀드에서 손실을 봤다. 대체투자에 막 입문하자마자 발생한 일이다. 이 여파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로부터 '출자 제한 권고'를 받고 블라인드펀드 대체투자에서 강제로 손을 뗐다.

문제는 고수익 모델인 대체투자 영역을 포기하면 서민들에게 비교적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대규모 블라인드 출자 대신 개별 투자에 특화된 대체투자 전략을 수립했다. 건별 심사하는 프로젝트펀드는 투자자(LP)의 정확한 판단과 실무적 노력이 맞물려야 한다. 특히 거액을 투자하는 새마을금고는 잘못된 판단으로 자칫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어 리스크가 높았다.

초기에는 투자 금액이 적었지만 노하우가 쌓이자 대체투자 큰손으로 발돋움했다. 에코프로비엠, 셀트리온 등에서 2~3배의 수익을 얻었으며 프로젝트펀드 평균 내부수익률(IRR) 10%를 웃도는 성적표를 냈다. 성과가 쌓이자 투자 대체투자 비중을 매년 상향 조정했다. 몇년 동안 주요 딜의 메인 출자자로 나서면서 국민연금, 산업은행과 견주는 위상을 갖췄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투자제안서가 새마을금고로 향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투자건 중 알짜 딜을 선별하자 성과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상장을 앞둔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매각이 추진중인 마제스티골프, 코그네이트 등은 이미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실적은 주무부처의 마음도 움직였다. 지난해 블라인드펀드 재개를 허용하면서 새마을금고는 내년까지 7조원 규모의 출자를 할 계획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나려는 자는 자기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의 한 구절이다. 새마을금고는 품앗이로 시작한 전통 금융이란 외피를 벗고 새로운 영역인 대체투자 분야에서 1인자로 거듭났다. 본인의 세계를 파괴하고 과감하게 비상한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새마을금고의 힘찬 날갯짓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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