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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경제 트래커]쿠팡 '총수'는 법인? 모호한 '사실상 지배력' 정의법상 외국인 동일인 지정 가능, 김범석 '지분율·임원선임권' 변수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08 07:43:07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11: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100조원 기업가치로 미국시장에 상장하며 축포를 터트린 쿠팡이 이번에는 한국에서 동일인 지정을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쿠팡의 창업주이자 실세는 누가 봐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지만 법적으로 그를 기업집단의 '지배자'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아직 쿠팡의 동일인 지정이 완전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도 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상당히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지분율 요건은 물론 임원 선임 권한 등 다양한 역학관계가 적용된다.

◇기업집단 지배력, 30% 지분율·임원 절반 이상 선임권한 잣대

쿠팡의 모기업 '쿠팡 Inc'의 2020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한화로 대략 5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모기업이 쿠팡을 단순 지배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쿠팡의 자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공정위는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집단을 공시대상 기업집단 또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매년 5월 지정한다.


부당 내부거래, 사익편취, 순환출자 등 다양한 규제를 가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시토록 하는 의무를 부여한다. 이들 기업집단이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파급을 최소화 하기 위해 직접적인 규제를 가하는 차원이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다.

공정거래법 2조 2호는 기업집단을 '동일인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동일인은 법인일 수도 있고 자연인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는 지 여부다.

자연인에 대해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 규정도 없다. 외국인이더라도 해당 기업집단의 실질 지배력이 확실하다면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쿠팡의 창업주인 김 의장의 국적이 외국이기 때문에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히려 김 의장의 국적보다 실질 지배력이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동일인 해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정위가 지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곳은 포스코·농협·KT&G·한국GM·에쓰-오일 등이다. 최대주주가 조합원 또는 국민연금 등으로 실질적으로 총수가 없거나 에쓰-오일의 모기업인 아람코(Aramco Overseas Company BV)와 같이 총수를 특정하기 어려운 글로벌 기업일 경우가 해당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인 지정을 위해 지분율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동일인이 단독 또는 관련자와 함께 해당기업의 발행주식(우선주제외)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최다출자자여야 한다. 이 때도 역시 법인과 자연인 모두 마찬가지의 요건을 적용받는다.


지분율 요건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실질 지배력 측면에서 또 한번 평가를 거친다. 시행령 제3조 2호에 따르면 당해 회사의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동일인으로 지정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임원 선임 및 조직 변경, 사업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지 여부를 통해 사실상 지배력을 판단한다는 얘기다.

세부적으로 △동일인이 다른 주요 주주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대표이사 또는 임원의 100분의 50 이상을 선임하거나 선임 할 수 있는 경우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 관련자를 통해 조직변경 또는 신규 사업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동일인이 회사인 경우에는 동일인을 포함)와 당해 회사간에 인사교류가 있는 경우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와 당해 회사간에 임원의 겸임이 있는 경우 등이다.

◇김범석 지분율 10.2%, 수많은 주주구성…"해석여지 많아"

이를 비춰볼 때 쿠팡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데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일단 김 의장은 지분율 요건에서부터 모호하다. 공정위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주체는 쿠팡 Inc가 아닌 쿠팡이다. 쿠팡의 최대주주는 쿠팡 Inc로 김 의장이 소유한 지분율은 10.2%에 불과하다. 지분율 요건에서 우선주는 제외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인정할 수 있는 김 의장의 지분율은 3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쿠팡 Inc가 미국시장에 상장하면서 대부분의 지분이 소액주주들에게 흩어졌다. 유의미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도 소프트뱅크 등 사모펀드와 기관투자가다. 이들을 김 의장의 동일인 관계자로 보기 어렵다.

사실상 지배력을 들여다 보더라도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감지된다. 쿠팡의 등기임원 선임에 대한 권한은 최대주주인 쿠팡 Inc가 갖는다. 쿠팡 Inc의 주주들이 상당부분 흩어져 있긴 하지만 차등의결권 제도에 따라 김 의장이 과반 이상의 의결권이 쏠려 있다. 쿠팡의 임원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쿠팡의 임원추천 권한이 있는 쿠팡Inc의 이사회가 상당히 많은 구성원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다른 여지를 남긴다. 이는 김 의장이 쿠팡 Inc의 등기임원 선임 또는 해임에 관해 완전한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김 의장이 쿠팡의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으로만 자리하고 강한승·박대준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등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따라서 김 의장이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지, 모기업인 쿠팡 Inc에 실질 지배력이 있는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데 공정위의 고민이 있다. 더욱이 차등의결권에 대해 국내서는 인정하지 않아 관련 법규정도 없다는 점을 활용해 김 의장이 동일인의 지분율 요건까지 피하고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동일인으로 꿰어 낼 명분도 없다.

결국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규정을 활용해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쿠팡 Inc가 미국기업이지만 공정거래법상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규제를 적용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쿠팡 Inc까지 사정권을 넓히는 게 불합리한 건 아니다.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규정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쿠팡은 김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을 피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순간 더 많은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 상장하며 최대 리스크로 공정거래 규제라고 밝힌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쿠팡의 몸부림은 격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공정위는 최근 해명자료를 통해 쿠팡 동일인 지정을 '법인'으로 정한다는 보도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법률상 요건 등을 감안해 심도있게 고민 중인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 동일인 지정이 안되는 건 아니고 다양한 역학관계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동일인 지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는게 아닌데다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정의 등을 따져서 선정해야 하는만큼 복합적인 여러 요건을 조율해서 결정할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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