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7: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인 블랙스톤은 사실 후발주자다. KKR보다 10년 늦은 1980년대 중반에 설립됐지만 높은 수익률로는 세계 1위 운용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찬란한 역사의 첫걸음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이름을 날린 스티븐 슈워츠먼과 피터 피터슨이 의기투합해 설립했지만, 늘 그렇듯 설립 초창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예상과 달리 변변한 일거리조차 없었다.암담한 현실에서 슈워츠먼은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다. 당시 블라인드펀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억달러 바이아웃 펀드를 조성키로 한 것이다. 동업자인 피터슨조차 "현실성 없다"며 뜯어말렸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팅을 잡아놓은 MIT 연기금 운용팀이 약속을 잊고 퇴근해 버린 일도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흠뻑 맞고 돌아서는 수모를 겪었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은 근성'으로 펀딩에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유명 골프용품 회사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선언한 국내 PE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의 행보는 저돌적이고도 과감했던 블랙스톤 슈워츠먼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딜 사이즈 뿐만 아니라 인수 대상이 해외 기업이라는 점에서 난이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패기만으로 조 단위 아웃바운드 M&A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 신생 운용사가 보여준 행보를 되돌아보면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15년 30대 젊은 인력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센트로이드는 중견 그룹의 카브아웃, 계열사 인수를 잇달아 해내며 주목을 받았다. 코오롱화이버, 웅진북센을 사들인 데 이어 얼마전에는 국내 골프장 최고가를 경신하며 프리미엄 대중제 사우스스프링스CC를 품었다. 모두 '어림없는 가격'이라고 선을 그을 때 9홀 증설, 물류센터와 골프빌리지 건설 등 추가 수익 모델을 제시하며 바이아웃에 성공했다.
물론 센트로이드의 많지 않은 국내 중소형 경영권 거래 트랙레코드만으로 크로스보더 M&A인 테일러메이드 인수 성사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공개입찰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이름있는 골프 브랜드를 가져가려는 원매자들 사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트로이드의 도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혹여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을 때 패기와 자신감으로 밀어부쳐 블랙스톤을 세계 최대 운용사로 키운 슈워츠먼 회장처럼 센트로이드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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