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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그룹 자금줄된 'NS쇼핑'의 속사정 하림지주 대신 대규모 투자 주체로, 재무부담 누적 본업 뒷전

정미형 기자공개 2021-04-20 07:36:4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홈쇼핑산업은 재계에서 ‘캐시카우’로 꼽힌다. TV홈쇼핑 사업에 뛰어든 각 그룹의 사업체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그룹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시장진입이 가능한 과점 구조가 유지되며 매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NS쇼핑(엔에스쇼핑)도 하림그룹의 든든한 캐시카우다. 홈쇼핑채널 NS홈쇼핑을 운영하는 곳으로 하림지주가 지분율 47.96%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있다. 최근 수년간 그룹의 대규모 투자 주체는 엔에스쇼핑이었다. 순수 지주사로서 자금 수혈에 한계가 있는 하림지주를 대신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춘 엔에스쇼핑이 나섰다.

◇대규모 현금창출, 그룹사 자금출혈 버팀목

하림그룹은 국내 최대 축산 그룹이다. 양계 사업으로 시작해 덩치를 키우며 사료, 식품제조, 유통, 해운 등으로 발을 뻗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몸집이 큰 해운 사업(팬오션)을 제외하면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은 사료사업에서 나온다. 이어 양계, 양돈, 유통 사업순이다.

그러나 이익 비중은 매출 비중과 비례하지 않는다. 상장사를 중심으로 비교해보면 축산 관련 사업체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매년 700억원 안팎이다. 하림 같은 양계 업체는 흑자와 적자를 오락가락한다. 매출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운 팜스코도 영업이익률은 3% 안팎에서 움직인다.

이는 하림그룹의 주력사업인 육가공시장의 큰 변동성에 기인한다. 양계나 돈계 등은 내수 경기에 민감하고 가축 질병 등에 따라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2015년 전후로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소비가 위축되며 육계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엔에스쇼핑의 홈쇼핑사업은 변동성이 작은 산업군이다. 2010년 중반 전후로 홈쇼핑산업이 경쟁 확대와 TV 시청 하락 등으로 정체기에 들어서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취급고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엔에스쇼핑의 최근 5년간 평균 영업이익은 764억원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은 매년 영업이익이 900억원을 웃도는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영업이익률로 따지면 20%를 넘나든다. 최근 2~3년간 영업이익이 감소하긴 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큰 투자에 나설 때 재무적 출혈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엔에스쇼핑처럼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하면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며 “하림그룹이 주요 신사업에 엔에스쇼핑을 활용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림식품·하림산업 등 '자회사 리스크' 지속

현재 하림그룹이 펼치고 있는 큰 사업들은 대부분 엔에스쇼핑이 주도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여온 종합식품단지 ‘하림푸드 콤플렉스’ 조성은 엔에스쇼핑 자회사인 하림식품(현 하림산업으로 합병)이 공장 투자와 구축을 도맡았다. 서울 양재동에 첨단물류단지 구축을 위해 사들인 화물터미널부지도 2016년 엔에스쇼핑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사들인 곳이다. 무려 부지 매입에만 4525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자회사들의 주요 사업이 수년째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푸드콤플렉스는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양재동 물류센터 조성은 아직 삽도 뜨지 못한 채 비용만 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로인해 엔에스쇼핑 연결 영업이익과 개별 영업이익의 격차는 매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개별 영업이익으로 642억원을 기록했으나 자회사들 손실 탓에 연결 영업이익은 294억원에 그쳤다.

엔에스쇼핑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명분 아래 투자가 이뤄졌지만 정작 실질적인 전권은 하림지주가 쥐고 있다”며 “언제 그룹에 자회사 사업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이 주도하는 투자에 주력하다 보니 정작 홈쇼핑 본업에 대한 투자도 답보 상태다. 최근 수년간 비대면 소비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며 경쟁사들은 앞 다퉈 온라인 채널 강화나 신규 먹거리 창출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엔에스쇼핑은 홈페이지 리뉴얼을 추진했을 뿐 큰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 사업자로서 사회 환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홈쇼핑은 허가 산업으로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적 책임 의식이 필수적이다. 특히 엔에스쇼핑은 농수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전문 홈쇼핑 채널이다. 매년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환원에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는 미흡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부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일을 엔에스쇼핑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안으면서 경쟁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엔에스쇼핑 실적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자회사 재무 부담 때문에 수년째 성과급이 깎이는 등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며 “온라인 등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앞으로도 하림그룹의 캐시카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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