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C카드가 독일 와이어카드의 손자회사를 인수하며 베트남 카드결제 시장에 진출한다. 수년 전부터 베트남 현지 결제 기관과 네트워크를 쌓고 프로세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엔 직접 지분 인수를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BC카드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71억원을 들여 와이어카드 베트남(Wirecard Vietnam Company Limited)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9일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7월 28일 대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현지 M&A 승인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금 정산과 지분 이전은 3분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하노이에 위치해 판매정보시스템(POS) 터미널 및 소프트웨어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베트남 주요 은행 및 전자결제 사업자 40여 곳에 결제 단말기를 공급 중이며, 시장점유율은 업계 1위 사업자다. 공급자가 원하는 맞춤형 POS를 개발하고 제공해 베트남 내 타 POS 유통사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물로 나온 건 지난해 6월이다. 독일에 기반을 둔 글로벌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의 회계 부정 문제가 불거진 영향이다.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에 기록된 현금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각국의 지점이나 법인을 처분하게 됐다. 독일 본사의 자회사인 와이어카드 싱가포르(Wirecard Singapore Pte Ltd)가 와이어카드 베트남의 100%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에 BC카드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BC카드는 이번에 인수한 회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고 다양한 결제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통합 단말기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말기를 원격 업그레이드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BC카드 관계자는 "BC카드가 가진 노하우와 기술을 적용해 베트남 은행과 전자결제 사업자, 일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점차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BC카드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해왔다. 2011년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 국가의 결제사업 기관과 협업을 해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만디리은행과 합작사를 설립해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글로벌 결제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2017년 BC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기관인 나파스(NAPAS)와 결제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NAPAS는 베트남의 금융결제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포스 및 현금자동입출금(ATM)기를 통해 현지 은행에 금융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듬해 11월에는 리엔비엣포스트은행(LienVietPostBank)과 함께 베트남 결제 플랫폼의 디지털화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 은행은 베트남 내에서 가장 많은 은행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트남 우체국 네트워크도 독점 운영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당시 BC카드는 자체 QR 결제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베트남 측과 관계를 단단히 구축했다.

이밖에 베트남 내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위 은행인 사콤뱅크(Sacombank)와도 베트남 결제시장의 디지털화를 위해 협업해왔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BC카드는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카드결제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며 "글로벌 사업 확대 차원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 직접 진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와 롯데카드가 베트남에 진출한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2018년 베트남 테크콤뱅크의 자회사 테크콤파이낸스의 지분 100% 인수를 승인받았다. 신한카드는 이듬해 현지 우량사인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스(PVFC) 지분을 인수해 신한베트남파이낸스를 출범시켰다.

다만 다른 카드사와 해외 진출에서 차별점도 엿보인다. BC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프로세싱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론이나 리스가 아닌 카드결제를 본업으로 하는 회사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