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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ESG와 헬스케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05-11 09:08:24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1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NBC에서 2018년부터 병원드라마 ‘뉴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이 방영되고 있다. 뉴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뉴욕의 이름인데 드라마의 무대로 등장하는 병원 이름으로 붙였다. 병원의 모델은 뉴욕시 맨해튼 동부지역에 있는 벨뷰병원(Bellevue Hospital)이다. 벨뷰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병원이다.

벨뷰는 그 기원이 식민지 시절인 17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벨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 후인 1824년이다. 1879년에 병원 내에 신경정신과 병동이 설치되었는데 당시로서는 혁명적 시도였고 벨뷰를 가장 대중적인 병원으로 만들었다. 그 때문에 벨뷰를 정신병원으로 아는 경우도 많았다. 존 레논 살해범도 벨뷰에서 재소자 치료를 받았다. 여러 권의 책이 씌여졌고 급기야 드라마까지 등장한 것이다.

뉴암스테르담 시즌1에서는 병원장이 병원에 기금을 유치하는 것을 포기하고 ”병원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병원의 환자가 되지 않게 하는 의무도 진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해서 환자가 되어 병원으로 돌아올 것이다”는 대사를 하면서 병원이 받을 수도 있었던 독지가의 기금을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양보한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에 거액의 사재를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아산병원을 지으면서 병원 건립 취지가 “사람을 괴롭히는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연상시킨다. 당시 아산은 “사람이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념의 토대인 인본주의다.

건강과 장수는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어려운 사회 문제다. 병원과 제약·바이오기업은 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가장 큰 사회기여를 한다.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다루는 데서 오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어서 안전 문제에서는 일반 기업이나 기관들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또, 수가와 가격에서 고도로 규제받는 데서 오는 불리한 여건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사회적 기여가 크면서도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쉽다. 운영되지 못하면 기여할 수가 없는데 기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양보를 요구받는다. 코로나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 논의를 생각해 보면 된다.

서구에서는 큰 전쟁을 계기로 대규모 병원들이 건립되었다. 대부분 젊은 군인이었던 환자들은 의료진뿐 아니라 깨끗하고 환기가 잘되는 병원 시설 덕분에 생명을 건지고 쾌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헬스케어가 의료서비스 외에 질병과 감염을 줄이는 사회 환경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다. ESG 이념은 정부와 기업은 환경오염을 줄여 환자의 발생을 줄이고 병원도 그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병원들은 우리와 달리 대형 영리 헬스케어시스템으로 조직되고 증권시장에 상장까지 되어있어서 일반기업들이 안고 있는 ESG 과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병원은 일반기업보다 직원 근로 여건과 친환경 시설 측면에서 더 열악하기도 쉽다.

의료제도와 사회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ESG 이념은 기업과 자본시장뿐 아니라 헬스케어 영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서 의료제도가 의료기관들이 사회적 기능을 더 많이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되는 데 동력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의료제도는 병원들이 재정적 역량을 축적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여력이 지역사회와 환자 혜택으로 이어질뿐 아니라 질병과 건강에 관련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주도록 해야 한다. 병원도 그 프로세스가 원활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윤리적인 효율적 경영시스템을 정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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