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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3代가 쌓은 덕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1-05-25 08:03:23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뱅크 수신고가 12조원으로 늘었다. 2019년 말 2조3000억원, 2020년 말 3조8000억원으로 느림보 걸음을 하다 최근 4개월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 덕이 컸다. 케이뱅크는 작년 6월 업비트와 가상화폐 계좌 개설 제휴를 체결했다. 넘쳐흐르던 글로벌 유동성이 때마침 가상화폐 시장으로 타고 들어왔고 국내에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케이뱅크 계좌에도 자금이 대거 몰렸다.

이 모든 일이 불과 몇 개월 사이 벌어졌지만 밑작업은 무려 3년 동안 이뤄졌다고 한다. 케이뱅크 내부 관계자는 “심성훈 전 행장이 준비했고 이문환 전 행장이 계약 체결했으며 서호성 행장이 운영해 얻은 3대의 결실”이라고 요약했다.

케이뱅크는 과거 계속된 자금난으로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휘청거렸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증자는 가로막혔다. 악화일로를 걸었던 그 때 제휴팀에서 가상화폐 계좌 개설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의견은 양분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상화폐 시장과 연관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더 안 좋아질 것도 없으니 한번 뛰어들어 보자는 의견이 갈렸다. 사외이사 사이에서는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절박함이 케이뱅크를 움직였다. 심 전 행장은 모든 위험 요인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이사진을 설득했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자금세탁(AML) 위험 식별·보고 체계, 정보보호 관리 체계, 이상거래탐지(FDS) 입출금 검증 체계,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대비책 마련 등 사업의 구체화는 이 전 행장 체제 들어서도 계속됐다.

길었던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더니 때마침 가상화폐 불장이 찾아왔다. 미래가 불투명했던 케이뱅크의 성장에 불을 붙인 원동력이었다.

항간에서는 케이뱅크의 수신자산 증가가 가상화폐 열풍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입된 고객을 내재화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하지만 일련의 오랜 시도가 침체된 케이뱅크에 숨을 불어넣어준 것은 확실하다.

곧 발표될 증자도 마찬가지다. 케이뱅크는 현재까지 1조2000억원가량의 자금 유치를 확정지었다. 신규 투자자들은 모두 케이뱅크가 수년 전부터 관계를 맺어놓은 곳이다. 새 투자자 영입이 언감생심 아득한 일로 여겨졌을 때도 임직원들은 구두창이 닳도록 대형 사모펀드를 쫓아다니며 잠재력을 설득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찾아온 최근의 분위기 반전을 놓고 케이뱅크의 새 체제가 더욱 주목을 받는 듯 하다. 하지만 영업폐지, 매각이 답이라는 극단론도 있었던 상황 속에서 수면 아래 여러 활로를 모색했던 과거의 케이뱅크에 한 번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케이뱅크 3대의 고생 끝에 낙이 찾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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