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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권준학 NH농협은행장 "1·2금융 아우른 데이터 경쟁력으로 승부수"유통·금고 데이터 활용 맞춤 플랫폼 서비스 개발 목표

손현지 기자공개 2021-05-25 07:59:05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장이라서가 아니라 농협은행의 모바일뱅킹 플랫폼인 올원뱅크가 카카오뱅크 보다 편하던데요(웃음)…임기동안 농협만의 색깔을 녹인 생활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취임 반년을 곧 맞이하는 권준학 농협은행장(사진)을 14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만났다. 그가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 내내 가장 강하게 드러낸 건 '플랫폼' 혁신 의지였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탑재하겠다는 점에서 강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 속에서 농협의 경영 무게 중심도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민들의 수익센터로서 여겨지던 농협은행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설계한 '데이터' 전문가

농협은행은 권 행장이 올 1월 취임한 뒤 '디지털 시계'를 분주하게 돌리고 있다. 임기 돌입 반년이 채 안됐지만 핀테크 업체들과의 제휴 범위를 확대했다. 또 업무 전반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보고를 종이서류 대신 테블릿으로 바꾸는 페이퍼리스(Paper less) 기조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유니폼을 전면 폐지하는 실험도 감행했다.


농협은행 임원들 상당수는 권 행장에 대해 '데이터 전문가'라고 입을 모은다. 지점과 개인고객, 마케팅 등 전통적인 은행영업 부서를 거친 그에게 이러한 별칭이 붙여진 점이 다소 특이하다. 이러한 평가에는 그가 국내 은행권 최초로 출시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인 'NH로보-PRO'의 주역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주 권 행장은 NH로보-PRO 의 알고리즘을 설계한 추진멤버였다.

권 행장 역시 로보어드바이저 설계를 도맡았던 2016년을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꼽는다. 퇴직연금부 재직시절을 회상하며 "가장 고되지만, 가장 성장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향후 자산관리(WM)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 추진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권 행장은 "한창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출범이 임박하면서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였다"며 "리먼사태 이후 금융공학이 대두되고 있었고 빅데이터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현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중 개개인 성향별로 최적화된 펀드들을 추천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효율적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14년부터 계리사들과 힘을 합쳐 퇴직연금 실무업무에 적용할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효율적 투자선(efficient frontier)을 기준으로 일일이 함수값을 바꿔가며 알고리즘들을 구축해나갔다.

효율적 투자선이란 리스크를 테이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들을 이은 것으로 '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곡선 아래 죄표 값에 놓은 경우 비효율적이라고 간주한다.

권 행장은 "수작업으로 좌표를 대입해가면 최대한 곡선에 최대한 근접시키려고 노력했다"며 "지금이야 GPU으로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해서 행렬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당시는 CPU로만 분석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보어드바이저 덕분에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수탁고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성장률 모두 1위를 달성했으며 여수신 손익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권 행장의 데이터에 대한 신념은 작년에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시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자체적으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농협중앙회 내에 디지털 전략기획실(디지털혁신실)을 신설했다. 이는 범농협 차원의 '디지털 컨트롤타워'였다. 각 자회사별로 분리 운영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의 역량을 응집시켜주는 역할이었다.

권 행장은 "물리적으로 데이터 조직을 일원화시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각 자회사에 분산된 데이터센터들을 네트워킹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블록체인처럼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권 행장은 플랫폼 개발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임기 중에 가장 내고 싶은 성과로도 '생활금융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이를 위해 이종산업과 협력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 다양한 빅테크들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으며 양재에 위치한 NH디지털혁신센터 입주 기업들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사실 NH디지털혁신센터 탄생 자체에 권 행장도 한 몫을 했다. 과거 경기영업본부장 재직 시절 이대훈 전 행장에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구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건의했고 이것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핀테크 업체와 경쟁하려면 이종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는게 중요하다"며 "NH디지털혁신센터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서 시너지 창출로 완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1금융 이어 2금융 데이터까지…플랫폼 경쟁력 'UP'

권 행장은 농협만의 특수한 고객군이 농협 플랫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 타 은행과는 데이터 사업 출발점부터 다르다"며 "1금융권인 은행 뿐 아니라 2금융권의 조합 데이터까지 호환할 수 있고, 소비성향 분석도 하나로마트 등 유통 계열사들의 카드 분석을 통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플랫폼 개발도 고객군 특성에 맞게 진행할 방침이다. 예컨대 농협은행의 강점인 공공기관 사업과 연계하면 금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지방세나 국세의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되는 셈이다. 또 4차 산업과 ESG경영과 관련한 마케팅 혁신도 강조했다. 과거 수익률에 기반을 둔 마케팅에 주력한 것과는 다소 다른 기조다.

권 행장은 아직 농협은행에 특유의 보수적 기업문화가 남아 있지만 커다란 장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달 10일부터 유니폼을 폐지해 직원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비록 작은 변화지만 직원들이 최첨단 기술 지식을 지니고, 진심과 온정을 담은 마케팅을 하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부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인재개발원에 빅데이터나 핀테크 관련 교육을 확대할 것을 주문해 둔 상태다.

권 행장은 "농협은행 직원에게 바라는 역량은 연차별로 다르다"며 "신입직원들에겐 하이테크놀리지 역량을 주문하고 있으며 중연차 직원들에겐 유연한 마케팅 덕목, 지점장이나 임원급에는 인문학적 지식 등을 중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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