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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증권사 열전]하이투자증권, 파란만장한 최대주주 변천사②'부산상공회의소→CJ→현대중공업' 거쳐 DGB 품으로…금융지주에서 퀀텀점프 모색

강철 기자공개 2021-05-28 13:38:11

[편집자주]

중견 증권사는 국내 금융산업의 일원으로서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해 왔다. 특정 사업에 강점을 지닌 중견 증권사의 활약은 금융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를 견뎌내며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증권업의 미래가 이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퀀텀점프 도약대에 선 국내 중견 증권사의 강점과 사업·재무적 비전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9년 제일투자신탁으로 출범한 하이투자증권은 20년 넘게 일반 대기업집단 산하의 증권사로 있었다. 1997년부터 2018년까지 CJ와 현대중공업을 거치며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 금융 상품을 개발해 운용했다. 다만 금산분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불거진 최대주주 리스크는 퀀텀점프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조업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사라는 디스카운트는 2018년 10월 DGB금융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사라졌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 DGB생명, DGB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와 하이투자증권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아쉬웠던 CJ와의 10년

하이투자증권은 1989년 10월 제일투자신탁이라는 지방 투신사로 출범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부산상공회의소 소속의 기업과 사업가들이 설립 자본금 3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이었던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제일투자신탁은 부산, 울산, 마산, 진주, 창원, 김해, 양산, 통영 등 경남 지역 핵심 거점에 잇달아 지점을 설립하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창업 후 7년이 지난 1996년에는 국내 지방 투신사 가운데 가장 많은 4조8000억원의 저축고를 달성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투신사로서의 행보는 CJ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1997년 변곡점을 맞았다. 강병중 회장을 비롯한 주요 주주는 IMF 사태가 한창이던 1997년 12월 제일투자신탁 경영권 지분을 CJ제일제당에 매각했다. 구조조정의 필요를 느낀 강 회장과 금융업 진출을 오랜 기간 모색한 CJ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딜이 성사됐다.

최대주주에 오른 CJ제일제당은 1999년 1월 제일투자신탁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한편 사명을 제일투자신탁증권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해 총 2000억원을 지원했다. 그룹의 CI 통합 작업이 마무리된 2004년 8월에는 이름을 CJ투자증권으로 바꿨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CJ투자증권은 부산과 경남에 치중된 영업 네트워크를 수도권으로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리테일과 법인 영업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기업금융, 상품운용, 구조화금융 등으로 확장했다. 2005년 10월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공모형 영화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년 감소하는 수익증권 수탁고와 1%를 하회하는 시장 점유율은 CJ그룹으로 하여금 증권사 소유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2000년대 중반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타고 화두로 떠오른 금산분리 이슈는 운영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결국 CJ그룹은 2007년 일반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하며 CJ투자증권을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어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마친 2008년 초 모간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해 'CJ투자증권+CJ자산운용' 패키지 매각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 훨씬 전인 2000년대 초반에도 한화, 푸르덴셜 등과 CJ투자증권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며 "업종 괴리라는 걸림돌로 인해 그룹에 융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새 둥지…부동산PF 신성장동력 장착

CJ투자증권을 가져가기 위한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원매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었다. 2008년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미포조선은 4개월 후 잔금 납입을 마무리하며 CJ투자증권 최대주주에 올랐다. 아울러 사명을 지금의 하이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 사업인 조선, 해양·플랜트, 원유, 석유화학 등에서 하이투자증권과 창출할 수 있는 여러 시너지를 모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에 맞춰 2010년부터 하이골드오션을 필두로 한 선박 펀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꾸준하게 사세를 확장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신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했다. 조직 내에 부동산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KTB투자증권을 비롯한 PF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에서 여러 전문가를 영입했다. 부동산 PF는 10년이 지난 현재 하이투자증권 전체 순영업수익의 55%를 책임지는 최고 효자 사업부로 자리 잡았다.

시장 관계자는 "2008년 촉발된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국내 증권사가 부동산 PF 사업에 대거 진출하도록 하는 호재로 작용했다"며 "현대중공업과 하이투자증권이 시류에 잘 편승해 중장기 먹거리를 제대로 발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 금융과 부동산 PF로의 사업 전환(피보팅·pivoting)을 꾸준하게 추진한 결과 2010년 4200억원 수준이던 하이투자증권의 연결 영업수익은 2018년 8734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총액은 1조8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불어났다. CJ투자증권 시절과 달리 그룹사와 여러 시너지를 창출하며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하이투자증권의 관계도 결국에는 오래 가지 못했다. CJ투자증권 때와 마찬가지로 금산분리 문제가 양사의 공존을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대기업집단의 공정거래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현대중공업이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매번 지목됐다.

계속되는 지배구조 재편 압박에 시달린 현대중공업은 결국 2017년 2월 일반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결정했다. 이어 이듬해 11월 하이투자증권 경영권 지분 85.3%를 DGB금융지주에 전량 매각하며 10년간 영위한 증권·자산운용 사업을 정리했다.
2018년 10월 30일 열린 DGB금융그룹 하이투자증권 제막식

◇DGB에서 잠재력 폭발…연계 영업 선봉장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오랜 염원이던 증권업을 장착했다. 아울러 △은행(대구은행) △증권(하이투자증권) △보험(DGB생명) △캐피탈(DGB캐피탈) △자산운용(DGB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하이투자증권 계열 편입에 맞춰 비은행 사업 역량 강화와 이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를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천명했다. 더불어 2020년 1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에 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복합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하이투자증권은 복합점포 확대와 소개영업 활성화를 주도하며 DGB금융그룹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연계 영업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2년만에 서울, 부산, 대구, 대전에 복합금융센터 6개를 통합·신설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룹사와 창출하는 시너지는 외형과 손익의 증대로 이어졌다. 2018년 말 기준 6조원 수준이던 하이투자증권의 자산총액은 2020년 말 약 11조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33억원에서 1116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1116억원의 순이익은 그룹사 가운데 대구은행(2383억원) 다음으로 큰 금액이다.

하이투자증권이 활약을 펼친 결과 2017년 11%에 불과했던 그룹의 비은행 손익 기여도는 지난해 44%로 급등했다. DGB금융지주는 이러한 성장 추이에 맞춰 중장기 비은행 사업 비중 목표를 자산총액 35%, 순이익 40%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선 하이투자증권이 DGB금융그룹 편입을 통해 그간 발목을 잡은 최대주주 리스크를 불식한 만큼 과거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M&A 이후 이뤄진 신용등급 상향(A0→A+)과 이후 이어지는 '안정적' 아웃룩에 계속 반영되는 중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룹에서 수익성 증대를 목표로 여러 비은행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며 "당사의 규모가 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크고 연계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훨씬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GB금융그룹 비은행 손익 기여도 추이 <출처 : DGB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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