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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립계 GP 해부]유진그룹 PE 사업, 같은 듯 다른 색채로 양립1세대 출발후 5조클럽 규제에 철수…재도전 양날개 전략

조세훈 기자공개 2021-06-09 07:56:23

[편집자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대체투자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서 운용사의 숫자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부 혹은 자회사 형태로 조직을 갖추고 PE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독립계 GP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더벨은 금융·산업계열 GP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우스별로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그룹은 건설, 물류 등 전통산업 분야로 성장한 곳이지만 일찍히 금융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2004년 사모펀드(PEF) 제도가 열리자 유진자산운용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다. 1세대 그룹으로 왕성한 투자 활동을 해왔지만 곧 제도적 장벽에 막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유진그룹이 대기업 집단으로 편입되자 공정거래법상 출자 규제 등으로 투자 활동에 올가미가 쳐진 탓이다. 2011년 주요 인력이 도미누스인베스먼트를 신설해 독립했다.

그러나 갈수록 PEF 시장이 커지고 규제가 완화되자 재진출을 결정했다. 유진자산운용은 구조조정 분야에 특화된 하우스로 육성했다. 그룹 내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를 새로 만들어 독자적인 투자 활동과 더불어 유진그룹의 전략적 투자 행보의 조력자가 되도록 양날개를 구축했다. 아직 투자 규모가 크진 않지만 독자적 투자 색채가 짙어지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1세대 PEF 플레이어, 후퇴와 재도전

유진그룹은 2006년 서울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해 유진자산운용을 통해 PEF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PEF 제도가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탄생한지 2년 만에 진출했던 1세대 PE격이었다.

2008년에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국내 주요 연기금들과 다수 금융회사들로부터 출자 약정을 받아 약 2300억원 규모로 설립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유진그룹의 사세가 커지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한다. 유진그룹은 2011년 자산 5조원을 넘어서면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된 것이다.

당시 공정거래법상 자산 총액 5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PEF는 피투자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경영권 인수(Buyout)는 물론 투자 대상기업 지분의 지분을 30% 이상 취득해 경영에 참여할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결국 유진그룹은 그해 PEF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핵심 운용 인력들이 나와 독립한 곳이 국내 중견 PEF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유진자산운용이 보유한 1호 블라인드펀드를 양수해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유진그룹은 규제 정책이 완화되자 2014년 다시 PEF 시장에 진출을 결정했다. 매년 PEF 시장이 커질 뿐 아니라 유진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복원 작업은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유진증권과 유진자산운용 내 PE부를 신설했다. 유진증권은 정재호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을 PEF부문 대표로 영입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듬해에는 유진증권으로부터 분사해 유진PE를 설립했다. PE부문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그룹사의 의중이 담겨있었다. 유진자산운용은 블라인드펀드를 중심으로 중소형 구조조정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작지만 강한' 조직을 구상했다.

◇유진자산운용PE, 구조조정 특화 하우스로 '부활'

유진자산운용은 1세대 PE 인력이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로 분사한 뒤 새롭게 팀을 구축했다. 복원 작업인 진영재 현 대표와 서형준 PEF본부장이 맡았다. 진 대표는 2005년부터 PE본부에 합류해 부실채권(NPL) 투자를 전문으로 해온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펀드를 통해 NPL에 투자한 NPL 펀드 개척자로 평가된다. PEF 업무는 자연스레 NPL 투자와 맞닿아있는 구조조정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5년에는 구조조정 전문 PEF인 에버베스트와 손잡고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착수했다. 그해 성장사다리펀드가 출자한 재기지원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며 1400억원 규모의 PEF를 결성했다. 주 투자처는 전통 제조업 기업이다. △알루미늄 주조업체인 한주금속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 한라캐스트 △화장품 전문 기업 화진화장품 △수상레저 업체 우성아이비 등에 투자했다.

눈에 띄는 투자는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에 제공한 50억 규모의 DIP(Debt In Possession Financing)금융이다. DIP금융은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에 대해 운전자금 등을 위한 신규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 금융사들은 회수 불확실성이 높아 DIP 금융을 꺼린다. 스킨푸드가 2019년 10월 DIP금융과 새 투자자에 힘입어 회생절자를 졸업하면서 투자금을 돌려 받았다. DIP금융의 이자율은 연 12%로 꽤 높은 수익을 얻었다.

2019년에는 2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파트너는 신영증권이었다. 그해 한국성장금융이 진행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주로 전통 제조업에 투자해온 유진자산운용은 올해부터 투자 색채를 다소 바꿨다.

유진자산운용은 NH PE-오퍼스 PE와 함께 중고나라 지분 95%를 1150억원에 인수했다. 전략적투자자인 롯데쇼핑이 이 펀드에 300억원 가량을 출자했다. 이들 PE 운용사들은 전통 산업에 국한된 구조조정 투자에서 벗어나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혁신 플랫폼 기업에 주목해 투자에 나섰다. 유진자산운용은 처음으로 64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했다.

현재 유진자산운용 PE의 누적 운용규모는 약 5400억원이다. 남은 2호 블라인드펀드를 바탕으로 전통 제조업부터 성장 기업까지 폭넓은 투자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분사후 홀로서기 유진PE, 카멜레온 투자 전략 구축

유진PE는 2015년 유진증권으로부터 분사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보다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그룹사의 의중이 실렸다. 독립 첫 해는 정재호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이 이끌었지만 이듬해에는 오주성 유진PE 부대표를 대표로 선임했다. 오 대표는 유진그룹 재무총괄담당 전무를 역임하며 그룹 내 인수합병(M&A) 전략을 짜온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오 대표는 '카멜레온 투자' 전략을 하우스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유진PE는 2016년 SK증권PE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자산평가 지분 89.5%를 매입했다. 한국자산평가는 2000년 5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채권평가 전문기관이다. 금융투자상품 평가부문에서 19년 연속 시장점유율(M/S) 1위를 차지할만큼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유진PE는 3년 만에 투자금의 2배를 받고 캑터스PE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해당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8.4%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진그룹과 함께 금융사 투자의 조력자 역할도 수행했다. 유진 측은 2017년 10월 KB증권으로부터 대영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2101억원에 인수했다. 유진기업이 300억원을 투입했고, 계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나머지 1850억원을 조달했다. 최근 KTB투자증권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눈앞에 뒀다.

기업 구조조정 투자에도 강점을 보였다. 2017년 회생절차에 있던 파인리조트를 관계인집회를 거쳐 1900억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무림그룹에 재매각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2018년 경영권을 인수한 한국특수형강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회복세에 있던 기업이다. 유암코로부터 지분 18.35%를 720억원에 인수해 지난해 대유코아-평안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그로쓰(성장기업) 분야에도 도전장을 냈다. 2019년 쏘카의 말레이시아 현지 합작 차량공유회사인 ‘쏘카모빌리티말레이시아’에 약 360억을 투자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쏘카모빌리티말레이시아는 2018년 1월 SK와 쏘카가 각각 60%, 40%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공유 모빌리티 산업의 빠른 성장성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환경·폐기물 분야는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공략했다. 2018년 KDB산업은행 PE실과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시장 성장성과 규제 산업인 점을 높이 평가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종합폐기물 처리 업체 KC환경서비스와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인 디디에스, 액상폐기물 처리 업체 씨에스에코에 투자했다. 매각이 추진중인 디디에스는 투자 일년 만에 두배 가량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가 나타나자 산은 PE는 유진PE와 500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투자금 모집(펀드레이징) 중에 있으며 이르면 하반기부터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유진PE는 누적 AUM이 5200억원이며 이중 2000억원 가량을 회수했으며 운영인력은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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