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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제프 베이조스·김범석' 완전한 견제는 없다③아마존 창업주 영향력 차단 한계, 쿠팡 '차등의결권' 오너 지배력 안전판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08 07:43:19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항목이 지배구조다. 해외에선 국내와 달리 상당히 세부적인 잣대로 지배구조를 평가한다. 이사회 구성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물론 성별과 인종 다양성까지 따진다. 또 특정 인물에게 지배력이 쏠리는 행태를 지양한다.

아마존과 쿠팡의 경우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창업주의 지분율 및 지배력 측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다만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나름의 독립성을 갖추며 견제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양사 창업주의 영향력을 완전하게 차단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마존이 ESG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평균 점수에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할 때 쿠팡 역시 아마존이 득한 평가를 뛰어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제프 베이조스, 최대주주·의장·대표…대표 사임 예고 '권한 분산' 기대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LGIM이 평가한 아마존의 ESG 평가는 100점 만점에 54점이다. 거버넌스는 53점으로 환경점수 66점보다 뒤처지고 사회점수 46점보다 다소 높다. 아마존이 다른 부문보다 환경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평가다.

거버넌스 평가에는 주주친화정책·이사회 다양성·감사위원회 운영 등이 포함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특정 인물에게만 쏠릴 수 있는 영향력을 견제할 장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다름없다.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에 대한 견제를 의미한다.


아마존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아마존닷컴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주인 제프 베이조스가 지분율 13.61%를 보유하며 전체를 지배한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도입하고 있지 않다. 헤지펀드 등 주요주주의 지분이 3~6%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프 베이조스가 확고한 최대주주 입지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닷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표이사와 의장을 겸직한다는 건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다. 사실상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 역시 독점할 수 있다.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구성한다. 아마존닷컴의 대표이사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 외 나머지 9명은 사외이사로 법률·기술·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참여한다. 10명 가운데 각각 여성이 4명, 유색인종이 1명이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임원선임 및 지배구조 위원회·리더십 개발 및 보상 위원회가 구축 돼 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선임 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사회 의장 또는 사내 대표이사 등과 별도로 의장역할을 하며 이사회를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의 선임 사외이사는 2010년부터 10년 넘게 이사회 구성원으로 재직한 HP·애플·퀄컴 등의 중책을 맡았던 조나단 루빈스타인(Jonathan J. Rubinstein)이 담당한다.


아마존의 이사회는 표면적으로는 제프 베이조스를 견제하는 시스템이 분명해 보이지만 최대주주·의장·대표이사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ESG 평가기관에서 완전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이에 제프 베이조스는 7월 아마존닷컴의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며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사회 의장으로만 자리하며 중요 의사결정에만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선임 사외이사의 입김이 더 확대되며 이사회 독립성이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아마존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요구받고 있는 게 있다면 다양성이다.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성별, 인종, 전문성 등 다양한 기준으로 이사회 구성원을 평가한다. 심지어 일부 연기금 투자자는 아마존의 시간제 근로자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가하자는 안건을 냈다가 반대에 부딪힌 적도 있다. 여성과 유색인종의 비율 등을 대폭 늘리며 의사결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 같은 주장을 크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점진적인 개선을 이루고는 있지만 이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이 수년간 재직하던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제프 베이조스의 대표이사 사임으로 ESG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한단계 상향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쿠팡, 투자자 중심 이사회…차등의결권 '권한쏠림' 불가피

쿠팡의 지배구조는 아마존과는 다르다. 사업주체인 아마존닷컴이 모기업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쿠팡의 경우 사업주체는 한국사업을 하는 계열사일 뿐이고 모기업은 미국 뉴욕시장에 상장된 쿠팡Inc 이다. 창업주 김범석 대표는 쿠팡Inc의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사업주체인 쿠팡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하고 경영진으로는 적을 두고 있지 않다.

아마존과 지배구조는 다르지만 사업주체의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비전을 그리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점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창업주 김 대표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보다 더욱 확고한 지배력을 쥐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일단 김 대표는 보통주 기준으로는 2.1%의 미약한 지배력만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에 없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70%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ESG 평가기관 및 투자자들이 특정 인물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쏠리는 구조를 가장 지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Inc의 지배구조 평가는 아마존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쿠팡Inc의 이사회 구성원은 아마존보다 적은 7명이다. 김 대표가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하고 나머지 6명이 사외이사로 자리한다. 아마존이 사외이사 자리에 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앉힌 것과 다르게 쿠팡의 이사회에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자리한다.

로즈파크벤처캐피탈·소프트뱅크·그린옥스·프라이머리벤처스파트너스 등 투자사 임원들이다. 전문가로는 캐빈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와 헤리유 미국 소프트 웨어 기업 GTY Technology Holdings 부회장이자 모바일 기업인 dMY Technology의 회장 둘뿐이다.

다만 이들 이사들의 의결권은 차등의결권에 의해 무력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실상 김 대표의 영향력을 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이사들이 김 의장을 투자자로서 감시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는 아마존과 동일한 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임원선임 및 지배구조 위원회로 구성된다. 여성이사는 1명, 유색인종은 4명이다. 아마존 사례를 비춰볼 때 성별 다양성 및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와는 다르게 해외에서 투자자들이 이사회의 다양성을 비롯한 독립성과 전문성 등을 상당히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ESG 평가에서 중위권 성과를 냈다는 건 그와 같은 장치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구색만 갖추면 최고등급을 갖는 국내와는 현실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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