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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리포트]에쓰오일의 '구원투수' 윤활사업⑨2014·2020년 저유가·코로나 팬데믹 정유사업 대규모 적자서 버팀목…10년 영업이익률 20.8%

이우찬 기자공개 2021-06-09 11:00:56

[편집자주]

국내 정유사는 1년 새 극과 극을 오갔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합계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올라섰다. 손에 쥐고 있는 원유는 그대로인데 유가 및 정제마진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정유업 외에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정유 4사의 사업방향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의 윤활사업은 위기 때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유부문은 지난 10년 동안 마이너스 사업이었고, 에쓰오일을 지탱한 건 석유화학 이외에 비정유 사업의 윤활부문(윤활기유·윤활유 등)이었다. 꾸준한 고수익으로 회사 전체 사업 흐름이 정유 때문에 거칠게 흘러갈 때 이를 완만하게 굴러가게 하는, 말 그대로 윤활유 같은 역할이었다.

윤활기유는 황 함량, 탄화수소포화도, 점도지수에 따라 미국석유협회(API) 기준으로 그룹1, 2, 3으로 나뉜다. 그룹3이 고급 제품이다. 에쓰오일은 그룹 1~3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한다. 하루 4만4700배럴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수준의 단일공장 생산규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주 원료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해 남은 찌꺼기 기름을 재처리해 생산된다. 윤활유는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윤활유는 자동차용, 선박용 엔진, 터빈, 기어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지난 10년(2011~2020) 에쓰오일의 윤활사업은 매출 16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는 3조5000억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은 20.8%에 이른다. 10년 동안 정유사업이 1조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동안 윤활사업은 석유화학사업과 회사를 건사했다.

윤활사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8%에 불과하다. 그러나 10년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55.9%를 윤활사업이 감당했다. 석유화학과 비교하면 매출은 50%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석유화학의 89.3%에 이른다.

◇위기 때 불 끄는 소방수

윤활사업은 위기 때 존재감이 부각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에쓰오일은 정유사업에서만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비정유사업의 맏형인 석유화학도 2019년 2560억원의 영업이익이 18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윤활사업은 지난해 425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체 실적의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9년(2170억원) 대비 영업이익은 2배로 늘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윤활기유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이 대부분 설비 가동률을 낮춰 공급이 감소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반면 자동차, 선박, 전기·전자, 건설기계 등에서 수요는 유지가 돼 마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휘발유, 경유처럼 자주 넣는 제품이 아니라 코로나19에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원유 공급 감소로 윤활유 공급이 줄어 윤활기유 스프레드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윤활기유 스프레드는 수요 회복 속에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 하락, 정기보수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크게 강세를 나타냈다. 윤활기유 판매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스프레드(아시아)는 지난해 3분기 배럴당 40.3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50.7달러, 올 1분기 62.5달러로 상승했다.
윤활기유(LBO) 판매가격에서 원료인 고유황연료유(HSFO)가격을 뺀 스프레드 추이. 출처=에쓰오일

윤활사업은 올 1분기에도 매출 5263억원, 영업이익 18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5.9%에 이른다. 1분기 회사 전체 매출 비중으로는 9.8%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30%를 기여했다. 1분기 영업이익의 45%를 비정유부문(석유화학·윤활)이 책임졌다.

2010년대 정유업계 최악의 해였던 2014년에도 윤활사업의 역할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슷했다.

2014년 정유사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흑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3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3000억원이었다. 그해 8월까지 유가는 100달러대를 유지했으나 저유가 경쟁이 촉발되면서 그해 12월 60.23달러로 수직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2014년에도 구원투수로 윤활사업이 등판했다. 정유사업과 석유화학 모두 역성장했으나, 윤활사업은 이익을 늘렸다.

에쓰오일의 정유사업은 2013년(영업손실 3505억원)에 이어 2014년에도 72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석유화학은 2013년 5626억원의 영업이익이 2014년 1820억원을 크게 줄었다. 반면 윤활사업은 2013년 1539억원에서 2014년 257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 4분기 저유가 경쟁 촉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유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윤활사업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늘리며 전체 사업의 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 역할을 했다.

◇인도시장 현지 진출...전기차용 윤활유 공략도

에쓰오일은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윤활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 윤활유 기업 걸프오일윤활유(Gulf Oil Lubricants India)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해 8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에쓰오일 제품이 해외에서 생산돼 현지에서 직접 유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 시장은 글로벌 3번째로 큰 윤활유 시장이다. 에쓰오일은 2006년부터 걸프오일에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를 수출해 왔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를 해외 40여개국에 수출하는데, 인도 시장 비중이 40%에 이를 만큼 중요한 곳이다.

앞서 에쓰오일은 2008년에는 세계 4위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사와 합작으로 윤활유 전문업체 에쓰-오일토탈윤활유(STLC)를 설립했다. 윤활유 제품의 해외시장 판매는 에쓰오일이 하고, 국내시장 판매는 에쓰-오일토탈윤활유가 맡는 구조다.

에쓰오일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도 본격 뛰어든다. 지난해 초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량(HEV)에 최적화된 4종의 윤활유 개발을 마쳤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기차용 윤활유는 개발을 마친 상태"라며 "곧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70% 이상 늘어난 약 394만대로 전망했다. 오는 2025년에는 1126만대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도 지난해 1000만리터(L)에서 2025년 6000만리터로 6배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24% 넘는 고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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