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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페이사업 열전]빅테크에 무모한 도전? 방대한 그룹데이터 '승산 있다'②은행·카드·증권 등 데이터 결합, 양질의 '금융 서비스·채널 경쟁력' 확보

손현지 기자공개 2021-06-11 07:29:46

[편집자주]

금융사가 플랫폼 기업의 '상품 제조사'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빅테크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이 안게 된 고민이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맞서 고객을 사로잡을 묘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페이사업에 뛰어든 각각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먼트 사용의 '대중화'를 주도한 건 빅테크다. 금융 소비자들에게 더 익숙한 페이 수단도 단연 플랫폼 사업자들이 출시한 페이다. 때문에 레거시(Legacy) 금융지주들이 페이먼트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무모한 실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5대 금융지주들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배경은 바로 '그룹' 차원의 금융 데이터다. 카드, 은행, 증권, 보험 등 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기 용이하다.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긴 어려울지라도 기존 금융 고객들을 사로잡을 무기 정도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오랜 역사, 범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데이터 강점

'페이먼트'는 전통적인 신용카드사의 수익 모델로 봤을 때 오프라인 가맹점 수수료에 해당한다. 그런데 간편결제 사업에 카카오 등 빅테크에 이어 쿠팡 등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뛰어들면서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금융거래의 주무대도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간편결제 이용액은 하루 평균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카드사를 이끄는 금융그룹들은 온라인 고객, 그 중에서도 간편결제 신사업 확장에 발벗고 나섰다. 양질의 데이터(DB) 확보를 통해 고객별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 추천이나 홍보, 광고, 마케팅에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사업 전략으로 꼽힌다. 5대 금융그룹 모두 계열사 중 데이터 집결지인 카드사를 중심으로 페이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금융그룹은 기본적으로 핀테크나 이커머스, PG사업자에 비해 금융 업력이 오래된 편이다. 수년간 확보해온 데이터 범위도 광범위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신용카드업자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인 결제 커버리지, 신용 한도를 활용한 마케팅, 카드 금융과의 연계(한도, 금리), 리스크 관리 등 차별화 요소가 많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핀테크는 주요 금융서비스의 중계채널 역할이란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다"며 "이에 비해 금융그룹은 다년간 쌓아온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뱅킹, 투자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그룹의 최대 강점은 계열사들의 데이터를 모두 연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그룹별로 포트폴리오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은행, 카드, 보험, 증권, 캐피탈 등 다양한 금융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 콜라보를 통해 자체적으로 참신한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우선 그룹간 협업시너지로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 차별점이 확실하다. 예컨대 신한금융의 '카드소비 연계 소액 투자 서비스'의 경우 신한카드의 데이터를 접목시켜 은행의 저축상품부터 시작해 펀드, 금투와 연계한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서비스까지 연달아 출시할 수 있었다. 현재 이용고객이 3만명에 달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플랫폼' 측면에서의 이점도 누릴 수 있다. KB금융이 KB페이를 통해 토큰결제시스템을 구축한 점이 대표적인 예시다. 일명 그룹사간 연동 오픈형 페이먼트(Payment as a Service)인데 KB국민은행 앱(Liiv, New스타뱅킹 등)에서도 KB페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농협금융의 경우 금융 뿐 아니라 유통 계열사까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준비중인 NH페에 탑재할 서비스에 농협하나로유통과 협력해 농협몰이 엄선한 농축산품을 중심으로 맞춤형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빅테크와 협력도 모색, 상생 속 경쟁

금융사와 핀테크 사업자들이 경쟁구도에 놓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과 동시에 '협력'이 불가피한 관계다.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지향점이 같은 만큼 채널 측면에서든 서비스 부분에서든 협력할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협력 사례가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제휴형 간편결제' 서비스다. 예컨대 네이버페이의 경우 2017년 3조원이던 자산이 작년 말 12조원으로 4배 가까이 급성장했는데 이 중 카드 결제 금액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카드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사세 확장을 한 셈이다. 압도적인 고객 트래픽을 기반으로 카드사들을 유인했으며, 카드 오픈API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네이버페이 화면 캡처

카드사 입장에서도 빅테크와 협업을 통해 자사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결제 수단을 제공한 계기가 됐다. 빅테크 플랫폼을 통해 간편결제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준 셈이다. 최근에는 앱투앱(App to App) 카드등록 서비스 연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용자가 급증한 페이코, 페스 제휴까지 준비하는 등 취급액과 수익성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협업 속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진행되면서 핀테크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어 카드사의 앞날을 보장하기 어렵다. 금융그룹들도 핀테크들과의 협력을 활발히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추세다.

유태현 신한카드 상무는 "핀테크 기업과 금융사들의 관계는 Coopetition(cooperation+competition)이란 단어로 정의내릴 수 있다"며 "협업이 불가피하지만 향후 사업자간 금융상품 추천을 위한 제로섬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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