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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페이사업 열전]"빅테크 절대강자 아냐…비즈니스 약점 공략법 있다"⑧명제선 우리카드 전무

이장준 기자공개 2021-06-22 07:46:09

[편집자주]

금융사가 플랫폼 기업의 '상품 제조사'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빅테크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이 안게 된 고민이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맞서 고객을 사로잡을 묘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페이사업에 뛰어든 각각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테크, 핀테크 업체와는 협력과 경쟁 구간이 있어 흑백논리식 접근은 잘못됐다. 물론 이들이 직접 금융 라이선스를 확보해 시장점유율(M/S)을 탈취할 수 있지만 금융사는 여기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며 페이사업 등 금융서비스를 영위하는 사업자가 늘자 금융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하지만 명제선 우리카드 디지털그룹장(전무·사진)은 최근 더벨과 만나 금융사의 '반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빅테크 등 플랫폼 사업자는 결코 시장의 절대강자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필요하다면 거래비용을 없애는 파격 전략을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의 약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경쟁이 치열한 페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전략과 비전을 그에게 들어봤다.

◇앱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디지털=투자 비례' 효과

명 전무는 디지털전환(DT) 이후 카드사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커졌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공중파 방송 등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ATL(Above The Line) 마케팅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M/S)을 유지하는 전략 일변도에 그쳤다.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려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다. 이들의 선호율을 높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투자 대비 효율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명 전무는 "과거에는 시장에 말 그대로 마케팅 '융단폭격'을 해야만 고객에게 겨우 브랜드를 떠올리게 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앱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DT 이후 고객의 인지도, 선호도를 높이는 방식이 선형적(linear)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앱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고객의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완벽하게 구축됐다. 처음 카드 앱에 가입하며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이미 브랜드의 존재감을 인식한다. 앱에서 UI, UX를 편리하게 만들면 선호율도 상승한다. 광고 소모전을 벗어나면서도 단위 시간당 생산성은 확연히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앱은 고객의 관여(engagement)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이는 곧 고객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그는 "예전엔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고객을 일일이 케어했지만 지금은 앱을 이용한 것 자체가 고객과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며 "고객이 어떤 페이지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는 곧 최종 단계인 페이서비스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이커머스 등 사업자들이 페이사업에 눈독 들이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명 전무는 "아무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궁극적으로는 금융 고객을 붙잡아둬야 어떤 사업자든 M/S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추후에는 빅테크가 오프라인 가맹점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페이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열위사업자 금융사, 거래비용 파괴 전략 꺼낼 수도

빅테크는 카드사와 미묘한 관계로 얽혀 있다. 카드업은 기본적으로 회원, 카드사, 가맹점 등 3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빅테크의 페이 서비스는 자체 페이와 더불어 카드사의 카드번호를 등록하는 방식을 겸한다. 여기서 빅테크의 플랫폼은 온라인 가맹점 역할을 수행한다.

온라인 결제 시 카드사 페이를 활용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내게 된다. 결제는 포털 등 플랫폼에서 하더라도 청구 내역을 확인하거나 금융서비스가 필요할 때 카드 앱을 중복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플랫폼사업자와 동맹 관계가 끈끈하면 오히려 타 카드사보다 한발 앞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제휴카드든 프로모션이든 여타 플랫폼에서 우리카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카드사 외 페이사업자가 카드사의 페이서비스도 외면하지 않는 만큼 이들과 관계를 합리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영역도 존재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 핀테크 업체가 선불 충전금액이 부족하면 추가로 한도를 만드는 '소액 후불결제' 시장에 진입한다. 이는 사실상 카드업에 해당한다. 당장은 30만원에 한정되지만 추후 한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들 업체는 카드사의 직접적인 경쟁사가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빅테크가 유통의 주체로 떠오르고 금융사는 생산자로서 역할만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그는 금융사가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 전무는 "우리카드가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건 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며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중개자로서 타 금융사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동시에 자체 플랫폼에서 페이서비스를 유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플랫폼사업자도 약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핵심은 거래비용이다. 플랫폼사업자는 대리운전, 배송 등 플랫폼 내 플레이어들로부터 거래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금융사가 플랫폼 내에서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거래비용을 없앤다면 어떨까.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을 플랫폼에 끌어들이는 동시에 고객의 이용 요금도 낮출 수 있다.

이른바 '약소국의 전략', '열위 사업자 전략'이다. 일례로 1등 사업자의 핵심 수익원인 거래비용을 열위 사업자가 없애 시장 장악력을 뒤집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오직 거대 자본을 보유한 금융사만이 이같은 과감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수수료를 파괴하면 금융사의 플랫폼 진입 유인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1등 사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시스템 운영 및 큐레이션 비용만 치르면 되고 고객 기반을 넓혀 추후 금융 수요까지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1968년생인 명제선 전무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카드에 입사했다. 옛 LG텔레콤(LG 유플러스)에서 잠시 근무한 뒤 2008년 롯데카드로 적을 옮겨 디지털, 페이먼트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e비즈니스팀장, 미래사업부문장, 디지털사업부문장, DT사업부문장, LP사업부문장, 디지털비즈니스본부장, 디지털플랫폼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우리카드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넘어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겸 디지털그룹장을 맡았다. 올 들어 전무로 승진해 우리금융의 페이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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