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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자회사로 재배치할까 '사익편취' 해소 잇단 계열사 정리, '자사주 소진' 현금 유동성 아직 충분

전효점 기자공개 2021-06-23 08:09:2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강화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로 인해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나서면서 남은 계열사 배치에 이목이 집중된다. 아모레G는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코스비전 등을 소규모 자회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가장 덩치가 큰 이니스프리와 여전히 모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2일 아모레G는 산하 100% 자회사 코스비전과 에스트라 지분을 정리했다. 또 다른 자회사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비전 주식교환을 통해 코스비전을 손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에스트라는 아모레퍼시픽과 흡수합병했다. 앞선 3월 퍼시픽글라스 지분을 프랑스 회사에 매각한 데 이어 마찬가지로 강화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본회의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 연말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게 특징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익 편취' 규제 범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비상장은 20% 이상)으로 잡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 및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까지 확대한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아모레G는 사실상 대부분 자회사가 규제 범위에 들면서 상당한 지배구조 개편의 압박을 받게 됐다. 3월 퍼시픽글라스를 필두로 코스비전, 에스트라까지 차례차례 자회사 정리에 나선 배경이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 이후에도 지분을 정리해야 할 자회사들은 다수 남아있다. 이번에 정리된 에스트라, 코스비전, 퍼시픽글라스 등은 연 매출과 자산총계가 각각 1000억원 안팎의 비교적 고만고만한 계열사들이다.

남은 계열사들은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아모스프로페셔널, 에뛰드, 에스쁘아, 퍼시픽패키지, 오설록 등이 있다. 매출 500억~1000억원 규모의 대부분 계열사는 선례와 같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니스프리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2019년과 2020년 매출이 각각 5500억원, 35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 기업이다. 자산총계 역시 5000억원을 상회한다. 지분 82%를 아모레G가, 18%를 오너 2세 서민정 부장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몸집이 가벼운 자회사들처럼 용이하게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아모레G의 입장에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른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카드가 있다. 주주들이 지분 매각이나 교환을 통해 규제 범위 밖으로 자회사를 빼내거나 내부거래 규모 자체를 줄이는 방법 등이 해당된다.

퍼시픽글라스에 이어 코스비전과 에스트라를 규제 법망 밖으로 빼낸 방법을 보면 아모레G는 후자의 방식보다 지배구조 변경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계열사들이 기업집단에 합류할 당시부터 공고하게 정착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성장구조를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일은 사업구조를 뿌리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대수술이다.

게다가 그룹은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주사만큼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주식 교환이 가능한 자사주 보유 비중도 높았다. 아울러 계열사와 밀접한 사업 관계를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아모레퍼시픽의 주주 구성은 공정위의 강화된 사익편취 규제를 피하기에도 적합했다. 아모레G의 자회사로는 속해 있었지만 최대주주 지배력이 50% 기준에 소폭 미달했다. 이가운데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율도 약 10%로 20%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 자연스레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G 자회사 정리의 중심축으로 나서게 됐다.

이니스프리도 아모레퍼시픽 산하 종속기업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을까. 우선 자사주 교환 카드는 바닥이 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에스트라와 코스비전을 자회사로 품는 과정에서 보유한 자사주를 대부분 처분했기 때문이다. 에스트라와 코스비전 편입을 위해 각각 41만4000주, 9만5000주 총 50만9000주의 자기주식을 아모레G에 교부했다. 일부는 신주 발행을 통해 충당했다.

교부한 자사주는 유통 중인 아모레퍼시픽 주식 5795만주의 0.9% 정도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주사의 지배력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거래 과정에서 종류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제외한 보통주 자기주식 전량을 소진했다.

다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현금으로 아모레G로부터 이니스프리를 사오는 방안도 거론된다.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말 기준 약 7000억원의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로부터 이니스프리를 되사오기 충분한 실탄이다. 뿐만 아니라 유동화가 가능한 유형자산과 투자 부동산 역시 수조원 규모에 이른다.

퍼시픽글라스처럼 지분 일부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도 열려있지만 현재로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장 외부에 공개할 만한 자회사 정리 계획은 없다"며 "에스트라와 코스비전 주식 교환은 경영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단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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