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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점검]두산그룹 계열분리, 당분간 '필요'도 '여력'도 없다⑧순조로운 4세경영....친환경 에너지기업 전환에 총력

조은아 기자공개 2021-07-09 08: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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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는 그룹 분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단순 계열분리를 넘어 그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흥망성쇠를 가를 수 있다. 대를 이어가고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계열분리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계열분리 이슈와 맞닿아 있는 그룹들의 시나리오와 함께 지배구조, 사업구조, 신사업, 리더십 등 미래 경쟁력을 더벨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2016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한국 대기업 최초로 4세경영을 시작했다. 12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자 형제를 넘어 사촌경영 시대를 연 장면이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명예회장을 거쳐 3세인 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으로 이어지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현재 형제경영에 이어 사촌경영까지 잡음없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사촌들은 아무래도 형제보다 유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친족들이 많다는 이유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으나 지금으로선 한동안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두산그룹은 ‘형제에 난’에 따른 트라우마로 평화로운 경영권 이양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곳보다 강한 곳이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두산그룹의 가족경영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지난해부터 그룹에 불어닥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속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600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는 등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결단력과 단합력을 보여줬다.

두산그룹에서 계열분리 가능성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지난 1년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줄어든 그룹의 외형이다. 단순 규모 뿐만 아니라 사업영역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현실적으로는 분리할 만한 여력도 되지 않는 셈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1년 말 그대로 ‘돈 되는 건 다 판다’는 기조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두산솔루스를 6986억원에 매각했다. ㈜두산 유압기 사업부인 모트롤BG는 4530억원에, 두산중공업이 보유해온 클럽모우CC 골프장은 1850억원에 각각 팔았다. 두산인프라코어까지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면서 사실상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두산그룹은 사실상의 지주사인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하면 지배구조도 ㈜두산→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과 두산밥캣으로 간단해진다. 사업구조도 수소연료전지, 수소액화플랜트 건설, 해상풍력 발전, 가스터빈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다.

과거 두산그룹의 계열분리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던 시기를 돌이켜보면 중공업 관련 계열사를 쪼개는 방안, 중공업 쪽과 유통업 쪽을 나누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특히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일가가 두산인프라코어를 들고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뒤 두산인프라코어에 몸담으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데다 둘째 아들인 박재원 상무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면세점사업에 진출하고 박 회장의 첫째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면세점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유통업 역시 독립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완료를 코앞에 둔 상황이고 면세점사업에서는 이미 철수한 지 오래다.

복잡한 지분구조 역시 계열분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두산그룹 오너일가 32명이 지분 43%가량(보통주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에서는 3세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 넵스 회장이 일찌감치 계열분리로 독자노선을 걸었다. 박용욱 회장은 박두병 회장의 6남으로 박용만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 1992년 우리나이로 33살에 식품포장 전문회사인 효중포장을 설립했고 1995년에 이생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그 뒤 다시 이생테크노팩으로 사명을 바꿨고 2012년에는 삼륭물산에 지분 100%를 매각하면서 355억원(주당 12만1103원)을 손에 쥐었다.

현재는 가구회사 넵스를 중심으로 넵스홈, 넵스에이치엠 등을 경영하고 있다. 넵스 지분은 박용욱 회장이 76.70%, 넵스홈이 22.47% 보유하고 있으며 넵스홈 지분은 박용욱 회장과 그의 부인, 3명의 자녀가 85.2%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 14.8%는 넵스가 들고 있다.

박용욱 회장은 스스로 회사를 창업해 자수성가의 사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마냥 성공사례로 꼽기는 어렵다. 넵스 매출은 2018년 175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234억원, 지난해 893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8억원에서 2020년 -(마이너스)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넵스는 성장과정에서 두산건설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받았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두산건설 물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산그룹에서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꽤나 구체적으로도 나왔는데 당분간은 오너일가가 모두 뭉쳐 그룹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쓰는 모양새”라며 “4세경영이 어느 정도 막바지 단계에 가서야 가능성이나 윤곽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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