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다크호스' 호반, 곳간사정 살펴보니 간판 호반건설, 특정금전신탁 9700억 규모… 사실상 현금 1조 이상 '역대급'
고진영 기자공개 2021-07-12 13:33:5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9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중흥그룹이 첫 제시가를 높게 써낸 이유에는 호반건설에 대한 경계가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호반은 해당 딜뿐 아니라 대형 M&A가 있을 때마다 여지없이 이름이 거론되며 위협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호반의 재무 여력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중흥그룹은 이번 대우건설 입찰에 애초 검토했던 수준보다 가격을 크게 올려쓰면서 전략실패가 아니냐는 평가를 들었다. 호반 측의 참전 가능성을 고려해 오퍼 수준을 책정했던 탓인데, 결국 차순위인 DS네트웍스 컨소시엄과 가격 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재조정이 이뤄진 배경이 됐다.
이밖에도 호반그룹은 지난해 말 금호리조트 예비입찰에 참여(호반건설)하고 올해 3월 대한전선을 인수(호반산업)하는 등 인수합병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사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런 ‘종횡무진’에는 넉넉한 곳간 사정이 기반으로 작용했다. 다만 2018년부터 호반그룹이 호반호텔&리조트(옛 리솜리조트), HI클럽(옛 덕평CC), 서서울CC 등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실탄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간판 계열사인 호반건설의 경우 감사보고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된 항목이 2018년과 비교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가용 자금은 대부분 단기매매증권에 감춰져있다. 2020년 말 별도기준 호반건설의 감사보고서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833억원이다. 2018년(5380억원) 대비 47% 정도가 적지만 단기금융상품과 채무증권 등을 계산에 넣으면 사정이 다르다.
2020년 말 호반건설의 단기금융상품은 1100억원이고 특히 ‘공정가치평가금융자산’ 항목에 약 9686억원을 쌓아두고 있다. 공정가치평가금융자산은 주로 1년 이내에 매각할 목적인 단기매매증권으로 이뤄져 있다. 금융자산 중 단기매매증권은 최초 인식할 때 공정가치, 즉 시장가치로 측정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호반건설의 공정가치평가금융자산을 보면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을 제외하고 채무증권의 장부금액이 9689억원에 이른다. 이중 9686억원이 수시입출금 특정금전신탁(MMT)이다. MMT는 회사채(CP), 양도성예금증서(CP), 콜론 등에 투자해 수익을 되돌려주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주로 기업들이 하루 이틀 단위로 유휴 현금을 투자해 은행 입출금계좌보다 높은 이자를 얻는 데 활용한다.
은행권의 MMT 잔액은 올 1월 82조원을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길어진 저금리 기조 탓에 여유자금 운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호반 역시 2018년까지는 MMT로 분류된 자산이 없다가 2019년 7412억원, 올해 9000억원대로 확대됐다.
단기금융상품과 MMT 등을 모두 반영할 경우 경우 호반건설은 현금성자산만 작년 말 기준 1조3619억원에 달한다. 1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2011년부터 꾸준히 1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다가 2017년 2044억원, 2018년과 2019년 각각 3069억원, 3168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인 점이 현금 급증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역대급 순이익을 냈던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순이익률이 각각 26.13%, 16.02%에 달했다.
그룹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호반산업 역시 지난 5년간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10배 이상 뛰었다. 2015년 234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말 2780억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올해 대한전선 인수자금을 자체자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실탄의 상당 부분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경우 자체 자금만으로도 1조원을 넘는데 여기에 계열사 자금 동원, 인수금융 여력 등을 감안하면 웬만한 매물들은 다 사정권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게다가 M&A 딜들에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스탠스이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둬야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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