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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인사이드/대교인베스트먼트]오너2세' 강호준·호철, 경영 보폭 넓히는 발판 '활용'② 번갈아 기획관리 경험 쌓아…출자 동원된 '크리스탈원' 유명무실 전락

박동우 기자공개 2021-08-03 07:59:35

[편집자주]

벤처 육성과 창업 활성화 기조로 벤처캐피탈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벤처캐피탈 르네상스는 창업 생태계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환기 시장을 이끄는 주역들의 성장 스토리를 비롯한 경영전략과 맨파워, 투자현황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3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교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0년 동안 대교그룹의 오너 2세인 강호준·강호철 형제가 그룹 계열사 경영의 보폭을 넓히는 발판으로 활용됐다. 설립 당시 자본금을 출자하고, 번갈아가면서 운용사의 기획관리 업무를 이끌었다. 형제가 그룹 핵심 보직을 차근차근 꿰차는 데 벤처캐피탈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용사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14%의 지분율을 확보한 '크리스탈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호준·강호철 형제가 소유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원은 한때 경영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창구로 거론됐으나 부당 내부거래 논란에 직면하면서 유명무실한 회사로 전락했다. 지금은 대교인베스트먼트에서 나오는 배당금이나 주요 계열사에서 빌린 실탄으로 근근이 운영되는 실정이다.

◇강호준·강호철 형제, 임원 참여…경영 역량 축적

올해 초 모험자본업계는 대교인베스트먼트의 경영진 라인업 변화를 눈여겨봤다. 10년간 역임한 이황상 초대 대표가 물러나고 강호철 대교홀딩스 상무가 새 사령탑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강호철 상무는 후임 전문경영인을 발탁하기까지 대표직을 5개월 동안 수행했다. '임시 수장'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강호철 상무는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2011년 대교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하면서 주주로 참여했다. 당시 강영중 회장이 50억원을 출자했다. 강호철 상무는 5억원의 자본금을 댔다. 그의 형인 강호준 대교홀딩스 상무 역시 5억원을 출연했다. 형제가 차린 개인 회사 '크리스탈원'도 동원해 10억원을 보태면서 자본금 70억원을 쌓았다.


자연스럽게 형제가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임원으로 나섰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기획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강호철 상무가 2013년까지 사내이사를 맡은 뒤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던 강호준 상무에게 바톤을 넘겨줬다. 강호철 상무가 사내이사를 다시 꿰찬 시점은 2017년 3월이다.

벤처캐피탈의 기획관리 업무는 광범위하다. 고유계정과 투자조합의 회계를 다루는 차원을 넘어 △펀드의 결성과 등록 △원금 분배 △해산·청산 △운영사항 보고 △조합원총회 등 각종 실무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강호준·강호철 형제가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안살림을 번갈아 맡은 배경은 무엇일까. 오너 일가의 실탄이 설립 자본금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자금 운용의 책임성을 높이는 차원이 컸을 거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경영 역량을 쌓을 필요성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거론된다.

재무적 지원부터 회수에 이르는 사이클을 들여다볼 수 있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찾는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다. 상품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론칭하는 사업과 견줘보면 스타트업 투자로 성과를 구현하기가 용이하다.

벤처캐피탈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의 자녀가 주요 임원을 맡는 사례가 다른 투자사들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며 "계열사 경영을 확대하려면 레퍼런스가 필요했을 테고,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축적하는 게 유용하다고 인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험자본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벤처 투자 현업에 종사한 인물이 전문경영인으로 등판하는 것이 운용사가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을 모으고 일선 심사역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훨씬 유리하다"며 "차라리 벤처캐피탈의 본업을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는 기획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절충점을 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교인베스트먼트를 발판으로 삼아 강호준·강호철 형제는 그룹 핵심 보직으로 직행했다. 강호준 상무는 신사업 발굴 노하우를 커리어의 무기로 삼았다. 대교 해외사업 총괄본부장, 대교와 대교홀딩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거쳐 올해 대교 대표에 올랐다.

강호철 상무는 기획관리 역량을 살렸다. 대교와 대교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현금성자산으로 투자하는 데 힘을 쏟았다. 클라우드, 영상 관제 솔루션 등 정보시스템 사업에 주안점을 둔 계열사인 대교CNS 대표도 역임했다. 지금은 대교홀딩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2세 개인 회사 '크리스탈원', 승계 재원 마련 계획 무산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지배구조를 살피면 약 14%의 지분율을 유지한 크리스탈원이 눈길을 끈다. 크리스탈원은 강호준·강호철 형제가 주식을 49%씩 소유한 비상장 회사다. 대교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 방식으로 경영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거점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크리스탈원은 2004년 '대교글로벌어쏘시에이츠'라는 사명을 달고 설립됐다. 교육 정보가 담긴 월간지를 출판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2007년 간판을 '투핸즈미디어'로 교체한 뒤 사업 영역을 한층 넓혔다. 여행 알선, 보험 대리점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와인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삼았다.

위기는 2018년에 찾아왔다. 대교그룹 계열사들이 크리스탈원과 부당 내부거래를 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대교그룹은 계열사와 크리스탈원의 특수관계자 거래를 정리했다. 크리스탈원의 주요 사업부와 종속기업은 대교그룹 계열사로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크리스탈원의 외형은 축소됐다. 10억~30억원 수준을 올리던 연 매출은 2018년 1750만원으로 급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당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대교그룹을 모니터링했지만 (크리스탈원 관련) 직권조사에 착수하거나 처분을 내린 바는 없었다"며 "그룹 차원에서 내부거래 중단이나 사업 정리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다 보니까 (공정위 내부에서) 사건을 심층적으로 살피기는 애매하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크리스탈원은 '개점 휴업'에 접어들었다. 대교그룹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리거나 배당을 받아 운영 실탄을 충당하는 상황이다. 대교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5000만원 △2019년 7000만원 △2020년 5000만원 등 해마다 크리스탈원에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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