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재용 없는 삼성, 잘 나가고 있나 thebell desk

최명용 산업2부장공개 2021-08-09 07:50:3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6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여연대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부회장이 없어도 삼성은 잘 나가고 있으니 가석방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이익을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매출 63조67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2조5700억원을 올렸다. 반도체 부문만 떼어 보면 매출액은 22조7400억원, 영업이익은 6조9300억원이다. 1분기(3조3700억원)보다 두배 이상, 전년 동기(5조4300억원)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반도체 실적이 개선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세계적인 공급부족 현상 탓에 반도체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부문 이익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SK하이닉스, DB하이텍도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삼성의 다른 사업부를 살펴보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삼성전자 IM부문 매출은 2분기에 22조6700억원으로 전분기 29조2100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무선사업부 매출은 24% 감소한 21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가전과 TV 등을 담당하는 CE부문은 13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12조9900억원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

IM부문 이익은 3조2400억원으로 직전 분기 4조3900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했고 CE 부문도 1조원 남짓한 이익을 올려 직전 분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기업의 성장을 볼 땐 매출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이익 규모는 감가상각이나 투자비 조정을 통해 일시적인 수치를 만들 수 있다. 반도체를 뺀 삼성전자의 매출 구조는 정체 국면에 접어든지 오래다.

삼성전자 CE부문 및 IM부문 매출 추이(자료: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 IM부문은 2013년 138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E부문은 5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IM부문 매출은 99조6000억원, CE부문 매출은 48조2000억원 수준이다. IM부문은 30% 가량 줄었고 CE부문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그 사이에 반도체가 매출 37조원에서 72조원으로 늘어 간극을 채웠다. 반도체를 뺀 다른 사업부는 8년간 아무런 성장을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더 큰 위험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는 항상 삼성전자였다. 2년전부터 카카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선호하는 회사가 됐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카카오의 톡톡 튀는 신사업을 보면 대학생들이 선망할만하다.

삼성전자가 보상을 줄인 것은 아니었다. 노조도 만들고 외부 감시도 받는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이미지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력은 삼성을 개혁해야 하는 나쁜 재벌로 프레임을 씌웠다. 삼성전자엔 예전만큼 우수 인재들이 몰리지 않는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개

언젠가부터 삼성전자보다 앞선 기술을 내놓은 기업들의 이름이 많아졌다. TSMC의 미세 나노 공정은 따라잡기 힘들 지경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보다 앞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고 있다.

삼성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제자리 걸음이다. 삼성의 이름은 몇년째 M&A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017년 자동차 부품사 하만 인수가 마지막 딜이었다.

현대차는 제프 베조스가 함께 산책한 로봇개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했다. SK는 대형 M&A 시장에 단골 원매자로 이름을 올린다. 인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했고 키파운드리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LG는 스마트폰을 포기하고 배터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기업은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성장하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이 명제는 삼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삼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틀을 바꾸는 변화는 전문 경영인과 시스템만으로 할 수 없다. 총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