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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IPO 후폭풍]'배 아픈' 레거시 뱅크, 반격 카드 꺼낸다③금리경쟁 본격화, 자체 인뱅 설립 추진…금산분리 문제 공론화 움직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7 07:30:45

[편집자주]

주가는 주주의 심리를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상장(IPO) 성공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기존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누군가는 오버슈팅을, 다른 이는 금융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전통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카오뱅크 IPO 성공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파장이 예상되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0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통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와 몸값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지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자산 규모는 아직 시중은행 10분의 1에 불과한데 현재 시가총액은 금융지주의 1.5~4.5배 수준에 달한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디지털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대출금리 인하를 통한 시장점유율(M/S) 경쟁이 예상된다. 자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형평성 문제 지적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레거시(legacy) 은행들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데 카카오뱅크는 성장의 과실만 누릴 뿐 중금리대출이나 고용 창출 등에 소홀했다고 말한다. 플랫폼 사업 자체가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금산분리 문제까지 '반격 카드'로 꺼내들 분위기다.

◇카뱅 성공에 자극받은 전통 은행, M/S 경쟁 '긴장'

올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금 합계는 1960조7537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금은 867조8410억원이다. 그중에서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금은 21조6053억원으로 시장점유율(M/S)은 2.49% 가량 된다.

언뜻 미미해 보이지만 가계대출 M/S 기준 카카오뱅크는 19개 은행 가운데 8위에 자리 잡았다. 지방은행 전부는 물론 수협은행, 한국씨티은행보다도 높다. 2017년 7월 영업을 개시했는데 단숨에 수십년 업력을 가진 곳들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도 기존 은행주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이에 은행들도 카카오뱅크를 본격적으로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전통 은행들의 M/S를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 구조를 보면 결국 대출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파이 자체가 커지기 어려운 만큼 시장에서는 기존 은행들의 모기지론이나 신용대출을 카카오뱅크가 흡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며 "경영진과 은행 내부 구성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전통 금융사들이 카카오뱅크를 크게 경쟁자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긴장하고 스터디에 나섰다"며 "고신용자를 싹쓸이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는데 결국 여신 부문에서 경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금융감독원

하지만 기존 은행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출혈 경쟁'을 감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본금 등 기초체력 차이가 워낙 많이 나 전면전에 돌입하면 승산도 크다는 분석이다. 중금리대출 등 새 수익원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은행들이 반격에 나서면 카카오뱅크에 부여된 프리미엄이 일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앱의 편의성을 높이는 건 둘째치고 시중은행들이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이익 싸움을 벌이면 버틸 수 있는 체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당국에 건의하는 등 관련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뱅크 설립 인가를 기존 은행들에 열어준다면 이 역시 카뱅 입장에서는 성장을 저해하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선 은행 관계자는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만 명 단위로 인력을 운용하는 대형사들은 디지털로 전환을 한다 해도 인력 효율화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점에서 현재 모멘텀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추가로 들어올 정부 규제 등 디스카운트 요인이나 기존 은행들의 방어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형평성 문제 제기, '플랫폼=독과점' 지적도

카카오뱅크의 높은 시장가치를 보면서 레거시 은행들이 가지는 형평성 차원에서 느끼는 박탈감도 상당하다. 성장에 집중하고 사회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불만이 많다. 카카코뱅크는 중금리대출을 키우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현재까지 고신용자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오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이익을 많이 내는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이나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고 ATM처럼 적자가 나도 필요한 사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도 가파르게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플랫폼사 특성상 독과점을 통해 승자독식 구조를 갖게 되는 탓이 크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 정책을 펼치면 고객이나 플랫폼 참여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두고 은행들이 반발하는 것도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이다.

이는 '금산분리' 이슈와도 맞닿아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27.41%)이며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김범수 의장(13.3%)이다. '주인 없는 회사'로 통하는 전통 은행들과 다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근거하고 있는 법령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법 제16조의2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 은행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5조에는 비금융주력자는 앞선 은행 조항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4% 이내에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소기 목적은 외부에서 보수적인 금융권을 개혁하는 데 있었기에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소유를 일부 용인했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시장 가치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다시금 금산분리 이슈를 꺼내 드는 양상이다. 금융당국도 여기 발맞춰 정책 방향을 달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의 성장이 정체돼있고 중금리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보완하는 취지에서 카카오뱅크는 금산분리의 예외로 출범했다"며 "금융당국도 그동안 혜택을 많이 부여했지만 IPO로 너무 덩치가 커지면서 이제부터는 견제에 나서야 하나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선점해 독과점하는 룰을 따른다"며 "미국에서도 아마존 같은 플랫폼사를 규제하는 반(反)독점 움직임이 활발한데 독과점 사업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금융업을 하면 결국 금산분리와 배치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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