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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는 왜 '호부호형' 못할까 [thebell note]

이은솔 기자공개 2021-08-24 07:25:57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G손해보험 이름의 'MG'는 무슨 뜻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마을(M) 금고(G)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MG손보에 지금의 이름을 물려준 '아버지'는 새마을금고중앙회다. 총자산만 200조원 넘는 국내 자본시장의 '큰 손'이다.

그런데도 MG손보의 자본확충은 지지부진하다. 양반인 아버지가 자본확충에 협조해주지 않는 탓이다. MG손보가 모집하는 자금은 1500억원. 새마을금고가 한 해 굴리는 자산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돈은 아니다. 못 주는 게 아니라 안 주는 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새마을금고가 처음부터 이렇게 냉랭했던 건 아니다. 2013년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MG손보를 '우회 인수' 할 때만 하더라도 규제 장벽을 넘어 보험과 시너지를 내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듯했다. 2019년 업무집행사원(GP)이 교체될 때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지원이 뚝 끊겼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복잡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배구조를 눈여겨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마을금고법에 따라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컨트롤타워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지역 금고 이사장들이 모인 대의원들이 간선제로 선출한다.

그런데 이 선거가 쉽지 않다. 지역 금고는 1300개, 조합원은 2000만 명에 달한다. 지역 금고마다 이사장을 뽑는 선거 방식과 시기도 각각 다르다. 지역 금고 이사장 사이에서도 '여당'과 '야당'이 나뉘어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렇다 보니 무엇 하나도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자회사의 유상증자와 같은 중요한 사항은 이사장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물론 수익성과 안정성을 근거로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리겠지만 그 뒤에 내 편과 네 편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적 역학관계가 없을 수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가 MG손보에 자본확충을 해주지 않는 데에는 이런 세력 다툼의 영향도 있을 거라고 관측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MG손보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증자의 걸림돌이지만 애초에 자본 적정성이 낮은 회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 중단의 사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결해야 할 제도적 문제들이 많지만 협동조합과 보험의 판매 규제가 해결만 된다면 MG손보 실적이 날아오르는 건 시간 문제다. 새마을금고는 다른 은행처럼 방카슈랑스나 펀드를 취급하지 못한다. 만약 새마을금고가 금융회사로 편입되거나 법이 개정돼 연계 영업이 본격화된다면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올라갈 수도 있다. 새마을금고가 MG손보를 우회 인수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고려해 발을 걸쳐둔 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게 언제가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자본적정성 하락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 MG손보는 정말로 정상화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새마을금고가 '호부호형'을 허락하고 단비 같은 증자를 내려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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