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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소송 진 금융당국, 처벌 완화 힘 싣나 소비자보호 무작정 'CEO 책임론' 발목, 유연성 없는 처벌 '재해석' 불가피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30 07:22:3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6: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제재 결과를 뒤집으면서 금융당국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CEO에게까지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일변도 움직임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공판으로 아직 제재 수준이 확정되지 않은 건에 대해서도 결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전임 금융감독원장의 강경 기조 그늘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화해 무드'를 조성할 기회로 삼을지 주목된다.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위수현·김송 부장판사)는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공판은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행정소송을 비롯해 각종 사모펀드 제재심 결과가 정당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라임 △옵티머스 △독일헤리티지 △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에 대한 전수조사와 제재를 진행해왔다.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당수 CEO가 징계 처분을 사전 통보받았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관련 제재심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게 '직무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중징계, 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전 신한금투 대표에는 '주의적경고'의 경징계를 결정했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제재를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당국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결론 지으면서 당국의 스탠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재판부는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산하 시행령, 관련 고시 내용이 불명확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동일한 잣대로 들이댄 여타 금융사 CEO에 대한 제재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추후 금융권 전반에 걸친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CEO 처벌 등 제재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번 공판을 토대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이끌 수장들이 바뀐 점도 분위기 전환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들은 사모펀드 사태에 있어 금융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줬다.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식에서부터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을 강조하며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정부·감독기관의 책임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판으로 오히려 금융위가 제재 수준을 확정하는 데 유연성을 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금감원의 제재 결정을 뒤집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사이가 먹먹해진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관계를 풀어낼지도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자들의 반발도 많아 금융위 입장에서 금감원의 중징계 조치를 뒤집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비슷한 사례가 없었더라도 이제는 법원이 판결을 내려준 만큼 가이드라인처럼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 측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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