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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와 스팩 시장의 불편한 평행이론 [thebell note]

남준우 기자공개 2021-09-14 09:15:5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잖습니까. 거기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거야. 수통도 안바뀌는데 무슨…"

최근 흥행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디피)'에 나오는 명대사다. 드라마 상에서 탈영한 조석봉 일병은 군대는 절대 바뀔 수 없다는 의미의 대사를 날린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여운을 남겼다.

현실에서도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 뒤 군인권센터는 한 해군 장병이 부대 내 따돌림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을 얘기하려 꺼낸 서두다. 국내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다. 시장 상황은 많이 변했지만 제도는 태생 초기 그대로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던 '스팩 존속법인 문제'에 한국거래소가 최근 메스를 꺼내들었다. 향후 스팩이 소멸법인이 되면서 피합병법인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납부해야 했던 세금 문제는 차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12년간 여전히 제자리인 제도는 근본적으로 국내 스팩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팩 본연의 목적인 M&A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야 하는데 제도가 막고 있다는 의미다.

M&A가 활발히 이뤄져야 숨은 규제도 찾을 수 있다. 실례로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의 국내 스팩 상장을 막고 있는 현행 제도가 이해가 안된다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M&A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그만큼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으나 제도는 오직 국내 기업의 스팩 합병만 허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의 한계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변화의 바람은 없다.

국내 스팩 시장은 12년간 별다른 변화 없이 100억~150억원 규모의 소형 스팩이 주를 이뤘다. 랜드마크(Landmark) 딜이 없는 시장으로 고착화되는 추세다. 그 사이 기관투자자 기반이 약한 국내 스팩의 구조적 문제는 최근 스팩 주가의 비이상적 급등을 야기했다.

드라마 D.P.는 부대 내 악습이 존재해도 방관자가 늘어날수록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국내 스팩 시장도 숨은 규제들을 찾고 해결하려는 시장 관계자와 당국의 노력이 수반되야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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