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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비전 선포식은 왜 삼성중공업에서 열렸을까 고향 거제조선소 4차례 방문, 옥포 3번 편중...ESG 이슈 없는 수주잔량 1위업체 '낙점'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13 10:44:2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는 수차례 방문했지만 같은 거제도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조선소는 여태껏 방문한 적이 없었다.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의 계열사라는 점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경영권 불법승계와 분식회계 재판 등까지 더해진 상황을 감안해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됐다. 삼성그룹에 대한 기류가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삼성중공업을 방문한 공식적인 이유는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최한 것으로 굳이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려야 할 이유는 없었다. 현대중공업 계열이나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열렸어도 무방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 거제 조선소를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정부 측에서 회사와 직접 연락하지 않고 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통해 조선소 방문지를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조선소를 방문했다. 200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조선소를 많이 찾은 대통령이라는 평가도 들었다. 문 대통령은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 발언에서 언급했듯이 거제 조선소를 총 4번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조선산업의 부흥을 응원하기 위한 네 번째 거제 방문”이라면서 “첫 방문 때는 우리가 만든 세계 최초 쇄빙 LNG 운반선의 출항을 기념했고, ‘야말 5호’는 지금 북극항로를 힘차게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우리 기술로 만든 3000톤급 잠수함을 진수했고, ‘도산 안창호 함’은 지금 우리 해양안보의 주력이 되고 있다”면서 “세 번째 방문 때 명명식을 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호’는 출항과 동시에 만선으로, 화물 적재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방문한 조선소는 지금껏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편중됐다. 문 대통령은 고향 거제가 고향이다. 세계 최초나 세계 최대, 혹은 우리기술로 만든 잠수함 등 의미가 있는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거제도를 찾았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선박은 모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제작, 진수됐다.

문 대통령이 국내 빅3 조선사 가운데 삼성중공업만 방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글로벌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사도 방문한 적이 없다. 다만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산하 노조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현대재벌만을 위한 특혜매각에 불과하며 시너지 효과는커녕, 국내 조선산업의 동반 몰락”이라며 인수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강조되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산재 사고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명, 지난해는 3명의 근로자가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을 맡고 있는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삼성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조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행사가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린 것은 수주잔량 기준 1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7월 현재 수주잔량 기준 세계 7대 조선사 순위를 보면 1위∼5위까지가 모두 한국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순이고, 6위와 7위가 각각 중국 장수와 장난 조선소다. 삼성중공업이 수주잔량 기준 1위다.

한 때 침체에 빠져 고난의 시기를 보냈던 한국 조선업은 올해 들어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K-조선은 최근 13년 만에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 중이다. 올해는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수주량을 불과 5개월 만에 넘어섰으며 세계 선박 발주량 증가 추세를 상회하는 수준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 3년간 고부가가치 선박의 2/3 이상을 K-조선이 수주하고 있으며, 1척당 2억불에 가까운 대형 LNG 운반선의 97%, 친환경 선박의 66%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쾌조를 보이고 있는 수주 실적과는 별도로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오는 11월 1조2375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지난 6년간 적자가 누적돼 신용등급 하방 압박이 지속되자 재무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 이미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이 추진됐고 두차례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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